코로나 탓 지역 결혼식 취소·연기
화훼·행사업체 등 줄줄이 경영난
예식 취소 위약금 두고 실랑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면서 경북에서 결혼식 연기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 시·군 예식업계에는 결혼시즌 3~5월까지 잡힌 예식이 대부분 가을로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결혼식 연기로 화훼업계와 행사대행업체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도내에서 가장 많은 경산에서는 2월 말부터 4월 5일 현재까지 대부분 결혼식이 연기됐다.

예비부부들은 “평생 한 번이고 오랜 시간 준비한 결혼식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했다.

경산지역 A업체에서는 5월까지 모든 예식이 연기됐다.

40~50명의 파트타임 근로자와 피로연을 담당하던 뷔페식당 요리사들은 직장을 잃었다.

2명의 직원이 예약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나 요즘은 하루 종일 한 건의 예약문의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예식장들은 3~5월 예식으로 1년을 먹고 사는데 이 기간 예식이 모두 연기돼 앞으로 어떻게 예식장은 운영해야 할 지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경주지역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주 B업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2월 중순부터 4월까지 50~60건의 결혼식이 취소되거나 가을로 연기됐다. 돌잔치 역시 모두 취소됐다.

B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직원 6명에게 유급휴가를 줬지만 이번 달은 무급휴가를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했다.

보문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C호텔 웨딩홀에서도 3~4월 결혼식이 모두 연기됐다.

이 지역 예식업계 관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연장되고 코로나19가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결혼식 연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천지역 유일의 예식업체인 D업체에서도 지난달에 이어 4, 5월 결혼식이 대부분 9~10월로 연기됐다.

남아 있는 4월 2건과 5월 10건의 결혼식도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D업체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예식을 취소·연기해도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며 “계약금 20만원은 환불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주에서는 결혼식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두고 예비부부와 예식업체 간에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고 있다.

한 예비신랑은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을 미루지도 진행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신혼여행을 비롯해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 준비에 수반되는 모든 것을 미뤄야 하기 때문이다. 날짜 변경을 하려고 웨딩홀에 문의했지만 위약금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음 달 결혼식 일정을 잡았다는 K씨는 “결혼식 연기를 두고 양가부모님들이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코로나19로 엉망이 되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이 지역에서는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소박하게 예식을 진행하는 진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화훼업계 관계자들은 “결혼식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부케나 실내 꽃장식으로 이용되는 리시안서스·부바르니아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에 이어 결혼식 마저 취소되거나 연기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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