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내버스, 일평균 6만명이던 승객 2월말 이후 절반 이하 ‘뚝’
버스 운전기사들, 근로일수 감소로 소득까지 줄어들어 속앓이만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분께 포항시내버스 109번 버스 안에는 좌석 절반 이상이 빈자리였다. 운전기사와 승객까지 네다섯 명이 전부였다.

버스에 올라탄 시민들은 하나같이 아무도 앉지 않은 빈자리를 골랐다. 한 시민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휴대용 소독제를 꺼내 자신의 손과 교통카드, 휴대전화까지 꼼꼼히 닦았다. 노트북 가방을 한 손에 쥐고, 어깨에 또 다른 가방을 멘 채 버스에 올라탄 20대 남성은 옆 자리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지만, 소지품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목적지까지 갔다.

포항시민 김재훈(25·남구 상대동)씨는 “우리 지역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과 평소 자주 이용하는 버스 노선이 겹쳐 최근 한 달간 버스를 타지 않았다”며 “자동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코로나에 감염될까 늘 불안하다. 매번 택시를 이용하자니 교통비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면서 지역 버스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포항시 버스업계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시작된 2월말 이후 하루 평균 버스이용객(교통카드 이용 승객 기준)은 2만6천명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6만명에 달했던 버스이용객은 올 3월 들어 급감했다.

(주)코리아와이드포항 관계자는 “승객은 예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지만, 시민 편의를 고려하면 운행버스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운전기사에게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매회 운행 후에는 반드시 차량 소독을 하는 등 안전한 대중교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운전 기사들은 속앓이 중이다. 가뜩이나 승객이 줄어 낙담한 데다 최근 지역 버스업계가 운전기사 근로일을 최대 26일(하루 최대 9시간 근무)에서 24일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달 평균 소득도 30만원 가량 줄었다.

포항시내버스 문덕 공영차고지에서 만난 운전기사 최부길(50)씨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지금보다 일거리가 더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며 “시민들이 버스 이용을 기피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보통 50∼60명에 달하던 승객이 지금은 같은 시간대에 20명도 채 안 된다. 한 개 노선의 운행이 끝나면 매번 차량을 소독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 기운 빠진다”고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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