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창문에 뭉툭한 손이 내려오네
시골에서 보내온 감자를 삶아 먹는 밤, 어머니 한숨 한 꺼풀 벗겨지네
새벽을 기다리네
거미가 가등에 달라붙어 새벽이 터지는 빛살들로 날개 한 벌 짜려고 하네
꼼짝도 않고 기다리네
먼 훗날, 감자 껍질을 벗겨 희디흰 속살 먹는 소녀의 창가를 엿보리
무서리 저리 내리는 날
날개를 반쯤 펴고
젖어서, 가만히 딸의 창문에 비치리

시골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감자를 삶아 먹으며 시적 화자는 훗날 자신의 딸 또한 무서리 내리는 날 밤 시골에서 보내온 감자를 삶아 먹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밖에는 그 옛날 어머니의 모습으로 하현달이 떠 있는데 시인은 운명적 내림을 떠올리며 슬픔과 그리움이 스민 애잔한 그림 한 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