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봄꽃은 터지는데, 학교에는 학생의 웃음꽃 대신 서버가 터졌다. 그사이 3월이 속절없이 갔다.

“선생님, 접속이 잘 안 되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안내문 잘 읽어보세요.” “선생님, 다시 해도 잘 안 돼요.” “안내문 잘 읽어보라니까!”

붕어빵과 같은 온라인 과제 학습 방침에 서버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터진 것은 서버뿐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분통도 터졌다. 교사들 또한 답답해서 속이 터졌다.

사전 설명은커녕 개학 후 검사를 하겠다는 엄포와 함께 제시된 온라인 과제 학습. 만약 필자가 지금의 학생들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지금 학생들처럼 서버가 터지도록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모르겠다, 지금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했을지도! 그때는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과제를 하명하는 교사들보다 제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당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바이러스와 싸우는 선생님들이 많으셨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 때문에 또 말이 많다. 가정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데 교사나 교원단체들이 온라인 개학에 대해서 하는 말들은 다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필자는 3월 19일 칼럼(노트북과 코로나 19, 그리고 학교)에서 이미 낡은 노트북 한 대로 아주 효과적으로 온라인 대면 수업을 하는 산자연중학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또 교육부와 교육청에 화상 수업을 수업일수에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하는 민원(3월 17일)을 제기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을 3월 22일에 교육부에서 받았다.

“(….) 초중등교육법 제64조에 따르면 ‘휴업명령’에 따른 휴업 기간 중에는 수업과 등교가 중지됩니다. 우리 부에서는 현재 휴업 기간 중 학습 공백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의견수렴하여 마련 중에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잘 안다. 그래도 필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답글을 보고 속이 터졌다. 3월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보고서는 당황스러웠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말을 보면서 반가웠지만, 갑자기 바뀐 교육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말에 3월 둘째 주부터 쌍방향 온라인 대면 화상 수업을 하는 산자연중학교는 존재를 잃어버렸다.

화상 수업을 4주째 운영하는 필자로서는 시범학교 운영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또 어떤 시험의 대상이 될지, 거기서 또 얼마나 큰 혼란을 느낄지 학생들에게 미안해졌다.

지금 최고의 혼란 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말이 고3이다. 아니래도 힘든 고3들에게 지금과 같은 의미 없는 붕어빵 과제가 말이나 되나! 개학 일정도 중요하지만, 고3들을 위해 정확한 대입 일정만이라도 먼저 제시하자. 이대로 가다간 서버가 터졌듯이, 고3 유권자들이 터질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