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굳어 있지 않고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가 뇌의 가소성(可塑性)입니다. 후천적 사고로 인해 시력을 잃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시력을 잃은 즉시 청력이나 후각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뇌 가소성 증거로 특히 많이 알려진 내용은 해마의 크기 변화입니다. 런던은 도로가 복잡하기로 유명하지요.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버스 운전사들보다 뇌 기억 저장소인 해마가 월등하게 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버스 기사와, 손님이 탈 때마다 가장 빠른 길을 머릿속으로 활발하게 뇌를 사용해 순식간에 노선을 구상하는 택시기사의 뇌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겁니다. 위 연구는 내비게이션 발명 전에 나온 결과입니다.

사람의 뇌는 적절한 훈련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뇌 가소성 때문입니다. 다음 숫자를 10초 동안 들여다본 후 신문을 덮고 숫자를 한 번 외워 보실 수 있겠습니까? 949874231032292849274124112390231562739064793882921897675452177650902121210873231

총 80자리 숫자입니다. 대부분 참여자가 6-7자리를 외우는 한계를 보입니다. 그런데 참여자들에게 숫자 암기법을 30분 정도 훈련시키면 피실험자가 대부분 80자리 숫자를 거의 외울 수 있다고 합니다.

고전을 읽을 때 난해한 문장, 철학적 대화 등 두뇌를 지끈지끈 아프게 만드는 내용과 씨름합니다. 무턱대고 고전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고 포기하는 이유는 제대로 훈련받지 않고 덤볐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 등반을 준비 없이 덤빌 수 없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뇌가 가소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굳어버린 두뇌를 함께 유연하게 풀어가는 고전읽기 동지들이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