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신청접수 첫 날, 포항지역 접수현장 찾아가 보니…
담당 공무원 안내에도 소득·재산신고서 작성 어려워 ‘쩔쩔’
임대차계약서에 채무 관련 서류까지 요구해 불만 터져나와
지역별 지원규모 다르고 가구마다 금액 천차만별 갈등 우려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야 신청서를 쓸 거 아닙니까.”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신청접수 첫날인 1일 오후 1시께 포항시 남구 상대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간이의자와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잊은 채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서와 소득·재산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백발노인 몇몇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종이와 씨름했고, 신청서를 다 쓰고 자리를 뜨려는 옆 사람을 붙들어 “여기다 뭐라고 쓰면 되느냐”고 물어보는 어르신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뭐가 뭔지 알아야 쓰지”라는 혼잣말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담당 공무원 10명이 안내하고 있었지만, 도움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포항시민 김종근(49·남구 상대동)씨는 “아무리 서류를 꼼꼼히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며 “옆에서 신청서를 쓰던 사람에게 겨우겨우 물어 간신히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더니 이번엔 임대차계약서를 갖고 다시 방문하라고 한다. 또다시 줄을 서서 기다릴 생각을 하니 여간 짜증 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이곳을 찾은 시민 정세영(40·상대동)씨는 “주민등록증만 지참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임대차계약서랑 채무 관련 서류를 더 내야 하더라. 무슨 절차가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면서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었다. 두 달 동안 수입이 없어 하루하루 생계가 급한데 지원금을 포항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청서를 제출하다 직원으로부터 포항사랑상품권으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얘기를 들은 한 시민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지원금을 안 받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같은 날 북구 죽도동행정복지센터는 자리가 협소해 인근 평생학습관에서 코로나19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서류를 접수했다.
사무실 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떨어 뜨려놓은 간이책상 12개가 놓여 있었고, 한 번에 최대 12명만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밖에서 대기하는 시민들도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이옥희(68·여·죽도동)씨는 “어려운 시기에 상품권이라도 받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루빨리 지원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비쳤다.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경기침체 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입장이다.
장원석(31·죽도동)씨는 “지역별로 지원 규모가 다르고, 가구마다 지원금액이 천차만별이라 오히려 서로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며 “관광 수입처럼 포항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지역상품권 지급으로는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