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가 그린 ‘부부의세계’ CPI ‘1위’ 등극

‘부부의 세계’ 김희애. /JTBC 제공
영원할 줄 알았던 인생의 반려자가 지옥에서 온 배신자로 둔갑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1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3월 넷째 주(3월 23일∼29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 집계에서 JTBC ‘부부의 세계’가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CPI 지수는 290.4.

지난 27일 첫 방송 후 ‘부부의 세계’는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에서 볼 법한 남의 가정 불륜은 언제나 재밌는 구경거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19세 이상 시청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시청 등급 때문일까.

만약 두 가지 이유가 전부라면 ‘부부의 세계’는 그저 자극적인 인기만을 노린 그저 그런 드라마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1, 2회만 방영된 상태에서 잇따르는 호평은 이 작품이 드라마 제목에 충실하게 보편적인 ‘부부의 세계’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부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친밀한 관계지만 피로 얽혀 있지 않아 실상은 ‘남남’인 사이다. 둘 사이는 어떠한 비밀도 없는 채로 죽을 때까지 영원해야 할 것 같지만, 기실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가 깨지면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불안정한 관계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지선우(김희애 분)의 시선에서 그가 믿었던 부부 관계가 한순간에 깨져버리는 과정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머플러에 붙어 있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은 선우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던 세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남편이 지난 1년간 비서 교체 사실을 숨겨온 것부터 시작해 수상한 퇴근 시간, 좋게 들리지만은 않는 이웃 부부와 직장 동료의 남편에 대한 칭찬은 선우 안에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의심은 증폭한다. 선우는 마침내 남편의 생일파티에서 모두가 웃는 가운데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자신이 철저히 기만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완일 PD의 연출은 섬세하다. 선우의 의심이 시작된 이후 태오의 지저분한 습관(갈비찜 국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먹거나 자기가 먹은 식기를 세척기에 넣지 않는 것)이 크게 강조되는 장면이나 태오의 모친이 입원한 병원에서 부부가 각자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 스릴러적인 장면은 모두 원작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엔 없는 것들이다. 모 PD는 시청각과 장르의 힘을 적재적소로 활용하며 이 부부가 휘말린 감정의 소용돌이로 우리를 이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