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리버맨은 폴란드 사람으로 27세에 미국을 밟았습니다. 영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으며 가진 것은 6달러와 조그만 손가방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덕분에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습니다. 70세가 넘어서야 그는 해 오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여생을 보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매일 노인 학교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체스를 두었습니다.

어느 날 해리는 노인 학교에 나갔으나 마침 체스 상대자가 병이 나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리는 그냥 멍하니 햇볕을 쬐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이가 지나가다가 해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르신 그냥 앉아 계시지 말고 그림이나 그리는 게 어떠세요?” “내가 그림을? 나는 붓 잡을 줄도 모르는데….”

70살이 넘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미술실을 찾아갔습니다. 등은 굽고 붓을 잡은 손은 떨렸지만, 해리는 매일 거르지 않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해리가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해리는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으로 죽을 때까지 수많은 그림을 그렸으며 그가 스물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을 때 나이는 백 한 살이었습니다.

평균 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는 유튜브 영상도 떠돌고 있는 시대입니다. 인구 중 노년층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초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다행히 충분히 교육받은 노년층이 앞으로 많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들이 스스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후세에 의존하는 무기력한 노년이 아닌, 날마다 새롭고 의미로 충만한 삶을 위해 새롭게 결단하고 출발하는 실천의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