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20년 동경 올림픽이 1년 연기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일본 정부는 2021년 7월 23일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강행을 주장한 아베 정권에게 적잖은 타격을 안겨준 결정이라 하겠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세계 전역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도 일본열도는 무풍지대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대응전략이 얼마나 올발랐는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혹자는 예정대로 올림픽 개최를 해보려는 아베 때문에 코로나19 검진 수치가 지나치게 작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일본인들의 거리 두기와 손 씻는 습관 덕에 바이러스 전파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아베 정권의 얄팍한 정치 술수를 경원시하는 한국의 호사가들은 일본의 코로나19 진행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 적잖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지난 2월 중순 일본인들의 트윗은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몇 가지 인용한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격리자에 생활비 지급…. 외국인 포함 = 한국”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국이 어쩌고’를 해온 일본인과,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고 오로지 동조하며 ‘일본 스고이(대단해)’를 해온 일본인. 자기 발밑을 보지 못한 것이다, 라는…. 당연하지만, 누구를 리더로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한국은 여기서 국민을 버려두면 데모 나지요. 일본은 아무리 국민을 버려도 자민당 압승이니까.”

외국인까지 포함하여 코로나19 감염자를 찾아내서 치료하되 무상으로 진행한 한국. 그런 한국을 보면서 올림픽이라는 목표 때문에 검진 자체를 포기하다시피 한 일본. 그러면서도 ‘재팬 이스 넘버원’이라는 신화에 매몰돼 일본이 대단한 나라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일본인. 한국인들이 촛불시위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내쫓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민당에 속수무책 끌려가는 일본 국민의 무비판성과 비활동성을 힐난하는 글이다.

하지만 일본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의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라시아를 종횡으로 누비면서 정치하고도 호쾌한 시각을 보여주는 스기야마 교수의 식견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논거는 거의 일본인들의 저서에 기초한다. 수많은 일본인 연구자들이 유라시아 곳곳을 누비면서 필요한 자료와 문헌을 제공해주는 덕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에 따르면, 그는 학부에서 그리스어로 플라톤을, 라틴어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프랑스어로 베르그송을, 도이치어로 비트겐슈타인을 읽었고, 학과 이외 시간에 히브리어로 진행된 구약성서 강독까지 참가했다고 한다.

경북대에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강의 자체가 아예 없다. 반면에 전남대에서는 30년 가까이 그리스어 원전강의가 이뤄지고 있다니 경하할 일이다.

일본은 타산지석이자 놀라운 귀감(龜鑑)의 본보기로 작용하는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새삼 실감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