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30여년 만에
두번째 ‘황룡사 발굴조사보고서’ 발간
동회랑 동편지구 유적·유물 등 수록

황룡사 동편 동회랑 건물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신라 시대 국가사찰이었던 경주 황룡사 동쪽 회랑 외곽은 고승들이 수행을 위해 홀로 머물거나 의례로 쓰이던 공간이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 같은 경주 황룡사지(사적 제6호) 회랑외곽 발굴조사 내용을 담은 ‘황룡사 발굴조사보고서Ⅱ-동회랑 동편지구’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주 황룡사지 발굴조사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모두 8차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으며 이번 보고서에는 6차(1981년)와 8차(1983년) 조사에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던 동회랑 동편지구의 조사내용과 출토유물이 수록됐다. 이곳의 건물 배치나 구조 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알려진 것들이 많지 않다.

이번 보고서의 조사구역은 동회랑 동편에 남북으로 길게 설치된 담장으로 구획된 공간으로, 면적은 4천300㎡다. 이곳에서는 황룡사 전체 사역의 외곽경계로 추정되는 남북담장이 확인됐으며 이 밖에 크고 작은 담장으로 구획된 7개의 독립된 공간이 드러났다.

또 이들 각각의 독립된 공간 내부에서는 1∼3곳 정도의 건물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주변에서 기와, 토기 등의 유물도 다량 발굴됐다. 특히 각 구역마다 다량의 등잔과 벼루가 출토된 점 등을 비춰볼 때 특정 행사나 의례용으로 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동회랑 동편지구가 담장으로 구획돼 매우 폐쇄적인 공간으로 보이는 것으로 미뤄볼 때 개방적인 공공시설보다는 고승들이 수행이나 수양을 위해 독거하는 공간이거나 중국 당대 사원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의례 공간 등일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에는 담장으로 구획된 독립된 공간과 그 내부에 분포한 건축 유구의 구조와 배치 등도 처음 소개됐다. 크고 작은 건물지 12곳이 드러났고, 담장과 우물, 배수로 등 생활시설 등이 함께 발굴됐다. 발굴과정에서 기와와 벽돌류, 토기·자기류 등 신라와 고려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됐는데 이번 보고서에는 485점의 유물을 선별해 수록했다.

보고서에는 조사 결과를 고찰한 논고와 함께 유구와 건물 배치, 유물 정보도 상세히 수록했다. 아울러 40여년 전에 조사원들이 작성한 야장(野帳·조사 내용을 기록한 수첩), 일지, 도면, 사진 자료도 담았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국내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기관에 배포됐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누리집(nrich.go.kr/gyeongju)을 통해 열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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