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욱 회사원

셋째 형은 중학생 시절 권투를 했다. 프로 복서였던 아버지는 못 이룬 챔피언에 대한 꿈 때문에 권투를 시켰지만 형은 권투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를 거역하면 혼날까 무서워 어쩔 수 없이 시작했다. 훈련도 대충, 눈치껏 운동했고 성과도 없었다. 의심을 품은 아버지는 새벽 훈련을 몰래 뒤따라간 일이 있다. 선수 모두가 체육공원을 달리는 훈련이었다. 모두 열심히 뛰는데 형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고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화장실로 찾아가 재래식 화장실에서 쪼그린 채 잠들어 있는 형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분노했고 형을 다그쳤다.

형과는 반대로 나는 진심으로 권투를 잘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떼를 쓰다시피 요청해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 간절히 원하던 권투를 시작한 기쁨에 시키지 않아도 새벽부터 알아서 벌떡 일어나 체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 나는 성장을 간절히 원했다. 학교 짱이 되고 싶었다. 한참 예민하던 때라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공부보다 싸움 잘하는 모습이 더 멋져 보여 시작한 권투는 내게 기술과 체력만 성장시켜준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신력을 덤으로 선물해 주었다. 운동으로 단련한 정신력은 삶의 힘든 시기마다 극복할 힘을 주었다.

청소년기에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초가 부족해도, 지식이 없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르면서도 배우지 않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행동이라 생각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일했고 일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워 나갔다.

항상 배움의 목표를 정하고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시기에는 네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은 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다.

성장의 씨앗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성장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결국 내 선택이다. 그 씨앗에 물을 주고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내가 속한 회사에도 성장과 도약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회사 분위기는 변하고 있다. 이전 경영자와 180도 다른 경영을 한다.

소크라테스처럼 팀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리가 아프다. 정신이 없다. 그러나 그가 전하고 싶은 진심을 나는 알 수 있다. 스스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회사는 이익추구를 위해 혁신과 변화는 필수다. 결국 직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성장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볼링을 잘하는 직원이 있다. 동호회 경기 때 한 번씩 퍼펙트를 칠 정도로 실력이 좋다. 하지만 볼링을 처음 배울 때에도 잘했고 좋아했는지 질문해 보았다. 답은 ‘아니다.’ 였다. 호기심에 몇 번 해보았는데 재미를 느꼈고, 더 잘하기 위해 방법을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연습했다고 했다. 실력이 늘고 볼링이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었다. 그는 볼링 레인과 공을 분석하면서 지금보다 성장하기 위해 주도적인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볼링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빛난다. 행복해 보인다. 입가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성장의 씨앗을 스스로 잘 키워 퍼펙트를 치는 경지에 올랐다. 이것이 성장 비결이다.

지식근로자에게 일과 삶은 분리하고 싶어도 본질적으로 분리가 어렵다. 삶 속에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일을 통해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면 삶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행복하게 하면 삶도 행복해진다. 이것이 우리 안에 있는 성장본능을 꺼내는 방법이다. 삶을 즐겁게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놀이처럼 그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마비되어 있다. 심각하다.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무너져버린 일상을 복구하고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 성장을 통한 재도약이 절박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온 국민이 단합해 성장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