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돌고 돌아 김석기 결정
번복에 번복 거듭 상처만 안겨
황 대표 공정 공천 내세웠지만
낙하산 등 되레 막장 드라마식
TK 곳곳 성난 민심만 확인 꼴

미래통합당의 대구와 경북에 대한 총선 공천이 급기야 마지막 단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뒤죽박죽’을 넘어 ‘엉망진창’이었다는 평가 속에 지지자 이탈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통합당 공관위는 26일 하루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석기 현 의원이 공천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석기 의원은 당초 컷오프됐으나 우여곡절 끝에 기사회생했다. 김 의원은 53%, 김원길 위원장은 47%를 얻었다.

실제 경주 지역 공천의 경우 막판까지 무효와 번복의 연속이었다. 공관위는 현역의원 컷오프, 박병훈-김원길 경선→박병훈 경선 승리→최고위 재논의 요구→김원길 단수 공천→최고위 무효→김석기-김원길 경선→김석기 승리 등 7단계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경주 지역민들의 민심은 아랑곳 없었다. 시민들은 “공당이 경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았다”며 이래도 되느냐고 날을 세웠다. ‘막장 공천 드라마’는 통합당 최고위와 공관위가 공방을 주고 받으며 연출했다. ‘드라마’를 넘어 뒤집고, 또 뒤집는 이른바 ‘빈대떡 공천’을 바라본 경주 시민들은 이날 하루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경주 문제는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논란이 됐으나 구두선에 그쳤다. 일부 최고위원이 “제대로 공천해야지 당원들이 들끓고 있다”, “김형오가 책임진 게 있느냐”며 고성으로 질책한 것이 고작이었다. 경주 공천을 지켜본 당내 의원들은 “당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의원은 “차라리 당을 떠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지역의 한 인사는 “25만 경주 시민을 우롱하는 미래통합당의 행태가 정말 어이가 없다. 경주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미래통합당의 막장 사천은 4년 전 ‘옥새 들고 나르샤’ 제2탄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공심위에서 컷오프 시킨 김석기 의원과 내부 공천 과정에서 패배했던 김원길 위원장을 놓고 단 하루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이 공당의 정상적인 공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황교안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통합당 공천은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대표 사천이 없었던 ‘3무 공천’을 이뤄냈다”고 평가, 지역 정치권의 인식과 상당한 괴리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공관위를 출범시키면서 이기는 공천, 혁신적인 공천, 공정한 공천을 천명했고, 그러기 위해서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졌던 당 대표의 부당한 간섭을 스스로 차단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번 공천이 통합과 보수의 자기혁신의 가치를 담아낸 공천, 당 대표가 스스로를 내려놓고 공관위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한 ‘시스템 공천’, 청년과 여성 등 새로운 정치신인들이 과감히 등용된 미래지향과 세대교체를 담은 공천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공천 평가는 싸늘하다. 일각에선 “대표가 정치를 모르는 것인지,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참으로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통합당 인천 연수을 공천을 받았다가 민경욱 후보에게 뒤집혀 공천증을 반납해야 하는 민현주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민경욱 후보의 공천을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 대표의 공천 미개입 발언이 허위임을 폭로했다.

통합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공천 운전 미숙으로 지역의 통합당 지지세 이탈이 확연하다”면서 최고위와 공관위를 싸잡아 비난했다. 경주의 한 인사는 “통합당 경주공천은 국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어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면서 아무리 양보해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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