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하루 76명 증가, 확진자는 총 9천37명. 며칠 사이에 코로나19 감염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 되었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등 한다 하는 나라들이 다들 나가떨어진 사이에 한국만은 대폭발에서 비껴 난 듯한 느낌이다.

천만다행이다. 하루에 몇백 명씩 사망자가 나는 참극은 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우리는 사재기도 없고, 총을 사두려는 사람들도 없고,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우는 사람도 없다.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에서만은 모두들 ‘하나’다.

섣부른 전망일지 모르지만 코로나19는 앞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문제를 ‘촛불혁명’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삶의 혁명’의 일부로 인식할 것을 생각한다. 삶의 혁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보다, 경제보다 삶 자체를, 생명 자체를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혁명이다.

촛불혁명 때 고등학생, 노인들이 광장에 많이 나왔는데, 이는 삶의 혁명의 징후였을 것이다. 이제 코로나19가 정치와 경제를 뒤바꾸고 있다. 사람들한테 돈을 공짜로 나눠 줘? 무슨 공산주의 사회야? 하는 식의 논란이 경제 대공황 징후 앞에 쑥 들어가 버렸다. 경제성장이라는 구호도 절박한 생존 문제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영업자들은 대출금 이자 갚을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월급받는 사람들은 직장을 잃어버리고 있다. 경제, 경제 했지만 그 경제 밑에 생존이라는 삶의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천만다행, 이 삶의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의 ‘난장’이 판을 벌리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수정당 보호?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서로 남 탓 하며 거대 정당들이 자기 몫 챙기려고 별별 수단 다 쓴다. 코로나19 뉴스 밑으로 시민단체들이 위성 비례정당 위헌이라고 들고나왔다 한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삶이 경제며 정치 이전에 삶 그 자체로서 생명이라는 근본적 가치 위에 서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모두들 여기에 집중하라고 그 바이러스 군단들이 외치고 있다. 그런데, 안 들리는 모양이다. 일단 숫자 싸움에서 이겨보자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코로나19도 사그라들려나? 도쿄 올림픽을 물 건너가게 해놓고도 코로나19는 아직 배가 고픈 모양이다. 선거가 끝나고 요즘 벌어지는 일들은 안 잊었으면 좋겠다. 이건 정치 같지 않다. 삶의 경제가 경제 논리를 차버렸듯 삶의 정치는 이런 식 정치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