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의 영화 ‘인페르노’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인페르노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이탈리아 원어입니다.

이 작품에는 보티첼리의 그림 ‘지옥의 지도’가 등장합니다. 단테가 글로 묘사한 지옥 모습을 보티첼리는 회화의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대단한 작품입니다. 지옥은 총 9개의 거대한 고리 즉, 9환(環)으로서 지구 아래쪽 지하로 내려가면서 점점 깊어지는 구조를 갖습니다. 지구 중심부에 가장 깊은 고리인 아홉 번째 환이 있고 그곳에는 타락한 천사 루키페르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9번 고리까지 내려가는 과정은 음울하고 드라마틱합니다.

지옥의 입구에는 이런 유명한 귀절이 적혀 있습니다. 나를 지나는 사람은 슬픔의 도시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영원한 비탄으로/ 나를 지나는 사람은 망자에 이른다(중략)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지옥편 3곡 1-9행)

영화 ‘인페르노’에는 바이러스가 등장합니다. 세계 인구 절반을 줄이겠다고 협박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거대한 음모와 싸우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진 요즘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장면입니다.

굳이 ‘신곡’을 읽으며 지옥을 여행하지 않아도 요즘 세상은 지옥의 모델 하우스 비슷한 느낌입니다. 본의 아니게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 모두가 고통을 받지만 약자와 고령자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바이러스와의 전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그 작은 바이러스가 세상을 멈추게 하고 인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인류는 최악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지혜를 발휘해 고비를 넘겨왔습니다. 정신세계 또한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더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학습을 반복했음을 믿습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