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난장판이다. 가장 요지경인 곳이 바로 대구 수성갑과 수성을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이 여당 후보로 뛰고 있어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곳이다. 애초에 이 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크게 퇴조, 김 전 장관의 당선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문제는 김 전 장관의 여당 내에서의 영향력을 지역 득표력으로 과대평가한 통합당 지도부가 수성갑 지역구에서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컷오프하고, 그 자리에 수성을 지역구에서 4선을 한 주호영 의원을 단수공천한 데서 출발했다. 결국 이에 반발한 이 전 구청장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보수표심을 둘로 가르게 돼 수성갑 선거는 통합당 주호영 후보와 민주당 김부겸 후보, 무소속 이진훈 전 구청장의 3파전으로 번졌다. 1대1의 승부가 아니기에 김부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수성을 선거구는 더욱 우습게 됐다. 공관위는 느닷없이 수성갑 선거구 예비후보로 뛰고 있던 정상환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대구 수성을로 재공모해 옮긴 후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경선을 붙였다. 이 전 부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이번에는 홍준표 전 대표가 컷오프에 반발해 이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격전이 예상된다.

경북 경주의 공천 역시 모양새가 우습다. 당초 현역인 김석기 의원이 컷오프되고,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과 김원길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이 경선을 치러 박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짓는 듯 했다. 그러나 통합당 최고위원회가 경주 공천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고, 공관위는 고심끝에 원안을 고수했다. 그러자 최고위가 다음날 새벽 직권으로 박 전 의원의 공천을 무효로 결정했다. 공천결과를 보도한 대부분의 조간신문들이 오보를 내게 된 이유다. 이후 공관위는 논의 끝에 김원길 위원장을 단수추천하기로 했으나, 최고위원회는 25일 밤 늦게 이를 다시 뒤집어 컷오프 당한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서민경제분과위원장 두 사람의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키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통합당 최고위는 당초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자로 결정됐던 박 전 의원의 공천을 무효로 돌린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당사자의 해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관위가 컷오프한 김석기 의원을 다시 공천대상에 집어넣어 경선에 붙이게 된 이유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 역시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경선을 하게 된 김원길 위원장은 “역사상 최악의 선거판이 됐다”고 질타했다. 성주·고령·칠곡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김현기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역시 경선에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막장공천의 폐해를 질타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한 자신을 경선부터 아예 빼버렸고, 재심 청구 역시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

개그공천으로 불리는 통합당의 공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며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통합당의 행태, 과연 이대로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