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 이 정의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 단테의 ‘신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승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에서 출발,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사후 세계 여행담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14세기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는 중세의 끝 무렵에 다다라서 종교적으로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정치적으로도 파벌싸움이 극도에 달했습니다. 단테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피렌체의 최고 지도자 위치에까지 올랐지만, 정적들에 의해 축출당해 국외 망명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곡’은 3이라는 숫자를 반복합니다. 모든 서술은 한 연이 3행짜리 시구로 이어집니다. 지옥 33곡, 연옥 33곡, 천국 33곡에 서문 1곡 해서 총 100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1행이 모두 11개의 음절로 이뤄진 정형시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한 행은 2개 혹은 1개의 리드미컬한 각운을 띠고 있어서 이탈리아 원어를 낭독하는 유튜브를 찾아보면 아름다운 음악 같은 운율로 시종 리듬감 넘치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에서 단테 ‘신곡’을 검색하면 관련 도서가 무려 1만 2천 종류가 뜹니다.

인류 역사상 한 지성이 작품 한 편으로 후대에 이토록 지대한 영감과 영향을 끼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로 유명한 사뮈엘 베케트는 인생 말년에 은둔 생활을 하며 오직 한 권의 책만 반복해 읽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그것이 바로 ‘신곡’입니다.

희망이 사라진 대한민국을 헬(hell) 조선이라 부르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20대 청년의 94%, 30대 93%가 이런 진단에 동의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암울한 시대, 단테의 ‘신곡’ 읽기에 한 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