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
직원·시민 20여명 이웃 사랑
‘착한 마스크 만들기’ 재능기부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 도와
“지진고통 마스크 만들기로 안정
힘든 시기에 나눌 수 있어 기뻐”

24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에서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필터교체형 면 마스크를 직접 만들고 있다. /이시라기자
“마스크를 만드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면 지진 스트레스가 잠시 잊혀요.”

포항지진 이후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시민 김순금(68·여·북구 흥해읍)씨는 요즘 수제 마스크 만드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드는 시간 동안 불안감은 사라진다. 오로지 ‘내 이웃을 내 손으로 지켜내겠다’는 사명감뿐이다.

24일 오후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에서 만난 김씨는 이곳 직원 및 시민 20여 명과 함께 마스크를 만들고 있었다. 몇몇은 바느질을 했고, 어떤 이들은 재봉틀로 박음질 작업을 했다.

그는 “혼자 집에 있으면 작은 진동소리에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무서웠는데 트라우마센터를 통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몸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며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포항시민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를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나눠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트라우마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시민들이 착한 마스크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7년 발생한 지진 이후 각종 불안 증상을 비롯한 트라우마로 고통의 나날을 보낸 이들은 지난 18일부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센터에 모여 주말도 잊은 채 마스크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가는 바라지 않는다. 그동안 센터를 통해 아픔을 치유했듯, 마스크를 만드는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봉사활동을 하러 온 조혜진(23·여·흥해읍)씨는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 대신 매일 이곳으로 온다”며 “지진 이후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날이 많았는데 요즘엔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마음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난생처음 바느질을 해 속도가 많이 느리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어르신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웃었다.

봉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영옥 심플소잉 NCC대표는 “코로나로 인해 일거리가 사라져 절망적이지만, 지역 소상공인으로서 다들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이렇게라도 재능기부를 하면서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방재정책과 트라우마치유TF 정은주 팀장은 “지진으로 고통받은 시민들이 착한 마스크 만들기 활동으로 안정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3월 말까지 마스크 500개를 만들어 지역 내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진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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