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비례 위성 정당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벌이는 추태 만상이 탄식을 부른다. 어물쩍 두 개의 위성 정당을 거느린 더불어민주당의 복잡계 전략이 민심을 세차게 흔들고 있다. 민주당의 비례당 플랫폼 더불어시민당에 더하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열린민주당에 참여한 인사들의 언행이 가관이다. 마치 피맺힌 ‘복수극’을 벌이자고 마구 대드는 자객들 몰골이다.

민주당 지역구 공천에 나서려다가 퇴짜를 맞아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열린민주당 비례 출마에 즈음하여 내놓은 말은 참으로 고약하다. 그는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많아서” 대통령에게 민망했다는 경험담을 앞세워 “언론 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언론 개혁’이 곧 ‘언론 장악’임을 시사하는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험악한 언행을 입에 달고 살아온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 친문·친조국 인사들도 앞번호를 달고 나왔다. 황 전 국장은 국회에서 조국 딸의 고교 영어 성적이 공개됐을 때 “유출한 검사 ‘상판대기’를 날려버리겠다”고 식식거린 일로 유명하다.

과거 트위터에 온갖 험구를 올린 일도 드러났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발 국정 농단 세력’이라며 14명의 검사리스트를 공개한 일은 특히 소름이 끼친다. 그가 밝힌 살생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권력 중심부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가 모조리 좌천된 인사들의 이름이 ‘쿠데타세력’이라는 명목으로 망라됐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인 뇌 구조를 가진 인사들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불법 우회상장 현상은 이 나라에 또 다른 중대한 비극을 잉태하고 있다. 그들이 공천명단 앞번호를 다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극의 현실화 개연성은 대단히 높다. 피 튀기는 총선 전쟁만 걱정이 아니라, 그 이후에 벌어질 골육상쟁이 더 두렵다. 대한민국에 미래가 조금이라도 남게 되긴 할 것인가. 오금이 저린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