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위성 정당 좀도둑·소도둑 추태가 목불인견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애초에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바꿔먹을 요량으로 군소정당과 짬짜미를 이뤄 만든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서부터 예고된 참사이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낯두꺼운 행태들을 보일 줄은 몰랐다. 이쯤 되면 유권자를 정말 하찮게 보는 막보기 행태 수준이다. 위성 정당 문제를 놓고 ‘도둑 논쟁’을 처음 일으킨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4일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 창당을 놓고 “위성 정당이라는 반칙과 편법으로 의석을 도둑질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애초부터 반대했다고 해도 통합당의 선택은 ‘편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가면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권리당원 투표라는 쇼를 거쳐서 똑같은 작당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 수호 단체가 중심이 된 ‘더불어시민당’을 비례당 플랫폼으로 결정했다. 친문(재인) 성향의 여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열린민주당’도 등장했다. 통합당의 통발 하나를 시비하던 민주당이 뒤늦게 복수의 통발을 던진 형국이다.

양 진영은 서로 ‘도둑질’이라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에서 미래한국당을 도둑차, 더불어시민당을 경찰차에 비유해 또 한편의 저질 궤변을 창작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마트에서 도둑질하는 사람을 욕하다가 뒤늦게 배가 아파 자기도 도둑질하는 해괴한 행동에 날카롭게 비유했다. 더욱이 양당의 위성 정당들은 비례 순번을 놓고 또 한 번 아귀다툼 드잡이질이다.

국민을 한낱 통발놀음에 현혹되는 피라미 정도로 치부하는 이 같은 오만방자한 행태에 국민의 분노가 저절로 치솟는 중이다. 이래저래, 일찌감치 ‘중도’를 표방하고 담백한 비례 정당을 구축한 국민의당 안철수만 수지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온다. 어쨌든 거대 정당들의 좀도둑·소도둑 꼴불견 행태는 유권자들이 냉엄하게 심판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