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서울에서 업무상 대구에 내려온 한 공무원은 “도시가 마치 동면하듯 조용히 숨 쉬고 있다”고 했다. 품격 있는 대구인들이 코로나와 사투(死鬪)를 벌이면서도 매우 절제된 행동으로 시민정신(civic spirit)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르면서도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 당분간 외출을 삼가달라는 시장의 당부에 따라 며칠 동안 사용할 물품만 구입할 뿐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면서도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서로를 격려한다.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에게는 도시락·빵·과일을 보내는가 하면, 자택으로 배달해주는 택배기사에게도 마스크와 함께 감사의 손 편지를 건네기도 한다. 자신도 환자이면서 “나는 견딜만하니 더 힘든 사람부터 입원시키라”고 병실을 양보한다. 이것이 바로 고통 속에서도 인간의 도리, 즉 ‘선비정신’을 잃지 않는 대구인의 품격이다. 최근 대구를 취재한 미국의 ABC방송기자는 “이곳에는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절제와 교요함만 있다”고 하면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된 지금, 대구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극찬하였다.

그럼에도 진영논리에 갇힌 외눈박이 정치꾼과 광신도들은 대구시민을 비하·모욕하고 있다. 친여 방송인 김어준은 “코로나 사태는 대구사태이자 신천지사태이며 대구지역이 문제”라고 대구시민들을 폄훼하고 조롱하였다. 한 때 대구 수성구에 출마하면서 “대구에 뼈를 묻겠다”고 했던 유시민은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시장을 향해 “권영진 시장이 코로나19를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는 망언으로 시민들을 격분시켰다. 또한 민주당 청년위원회 한 위원은 “대구는 손절(損切)해도 된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다”고 하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고 했다.

게다가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미래통합당과 그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한다”고 조롱했다. 이들의 망언과 독설은 실로 폭력적이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쓰러뜨리려 한다. 오죽하면 대구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나쁜 정치바이러스”라고 했겠는가.

대구와 대구시민을 비하·조롱하는 외눈박이 정치꾼들의 목적은 뻔하다.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 대구를 봉쇄·고립시킴으로써 다른 지역과 진보진영을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생각 없는 정치적 광신도들은 대구시민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내면서 소금까지 뿌리고, 진보의 가면을 쓴 ‘쓰레기 정치꾼’들이 내뿜는 악성 정치바이러스는 나라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바로 ‘품격 있는 대구인의 선비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