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17세 소년 사망사고 등
일반 환자 ‘의료공백’ 현실로
“의료시스템 구축 필요” 목소리

“열이 40도인데 집에 가라고 하니 어쩌면 좋을까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경북 의료계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코로나가 아닌 일반 발열환자들의 치료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고 있다.

최근 경북에 거주하는 A씨(42·여)는 1주일 동안 고열에 시달리는 10대 딸의 치료를 위해 진료소를 찾아 동분서주했다. A씨 딸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바깥출입을 삼가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3주간 집에 머물렀다. 이후 지난 14∼16일에는 39도 이상의 고열 증상을 보였다.

모녀는 지역 보건소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한 대학부속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결과 폐렴 증상이 있었으나 병원 측은 입원치료 대신 이틀분 약을 처방했다.

이후 열이 더 오른 상태에서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또다시 약 처방만 했다.

지난 18일 개인병원 2곳을 방문한 모녀는 비로소 대학부속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딸 체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가 선별진료소를 방문 후 결과를 기다리는데 지속적인 발열 증세를 보이는 데도 약을 먹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며 “의사는 진료보다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더 신경쓰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사례는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어린 자녀가 아파서 병원을 방문해도 의료진이 코로나19에 매몰돼 있다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B씨는 “코로나19가 퍼진 이후에는 아이가 웬만큼 아프지 않는 이상 병원을 가려하지 않는다”며 “코로나가 잦아들기 전까지 아이가 고열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더욱이 경북 경산에서 17세 소년이 폐렴증세로 사망하면서 부모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C군(17)은 지난 12일 체온이 39도까지 올라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지만 시간이 늦어 검사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인 13일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5일 만에 숨졌다.

C군의 죽음을 안타까워 한 그의 학원 강사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로 회피하는 17세 소년의 억울한 죽음, 누가 책임지나’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아직 피어 보지도 못한 소중한 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음에도 그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이 상황이 화가 난다”며 “학생 부모님은 병원에 간 처음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될 상황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코로나19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집중된 의료상황과 병원 내 감염에 대한 부담으로 이같은 비극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환자별 가이드라인 등 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을 하다 보면 일반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서 악화·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대구 상황은 평시와 달리 워낙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국가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일반 환자를 돌볼 병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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