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규 원

잔물결 일으키는 고기를 낚아채

어망에 넣고

호수가 다시 호수가 되도록

기다리는 한 사내와

귀는 접고 눈은 뜨고

그러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

개 한 마리

물가에 앉아 있다

사내는 턱을 허공에 박고

개는 사내의 그림자에 코를 박고

건너편에서 높이로 서 있던 나무는

물속에 와서 깊이로 다시 서 있다

간명하고 담담한 필치로 호숫가 풍경 하나를 우리에게 펼쳐보이고 있다. 시 전체에 흐르는 고요한 침묵과 많은 여백을 본다. 사내와 호수, 개, 나무가 각각의 편안한 존재의 방식대로 그림 전체를 채우고 있음을 본다.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담백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