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br>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온 국민이 건강에 대한 불안과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무심하게도 봄은 다시 찾아와 가지마다 새순이 돋고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경주는 다시 화사한 벚꽃으로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상춘객이 얼마나 올지 걱정이다. 관광객이 예년의 30% 수준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를 했고, 그나마 문을 연 식당들도 개점 휴업상태다.

한동안 수그러드는가 싶었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21일 현재, 한꺼번에 5명이 추가되어 경주에서만 3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근의 다른 지자체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지난달 20일, 경주시는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에 대비해 정부보다 한발 앞서 대응체계를 위기경보단계에서 심각단계로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일 경주지역에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경주시는 곧바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비상체제로 전환하여 총력 대응에 들어갔다.

전염병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의 공유가 중요하다. 하루 두 차례 일일대응자료를 배포하고 시장이 직접 언론브리핑과 홈페이지·SNS 채널을 통해 경주시의 대응상황과 확진자 관련 동선, 자가격리자 현황, 검체 의뢰실적·결과 통계는 물론이고 중국인 유학생 입국·관리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여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했다. 또한, 경주시에 소재하는 신천지 집회시설 8개소에 대해서 신속하게 방역을 실시하고 관련 시설을 모두 폐쇄했다. 동시에 전담 상황반을 편성하고 신천지 교인 전원에 대한 검사를 완료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어려움 속에서 천년고도 경주시민의 역량은 빛났다. 병상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국가지정 생활치료센터를 2개소나 수용하여 600명이 넘는 경증환자들을 받아들였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음압격리병상을 갖추고 타지에서 온 중증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처음에는 관광도시인 경주에 이런 기피시설이 들어서는데 대해 적지 않은 반감과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확진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면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우리 경주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는 넓은 아량과 희생정신을 보여주었다.

이뿐 아니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이겨내고자 ‘사랑의 마스크 나누기 운동’이 시작되었고, 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면마스크를 만들어 취약계층에 나누어주고 있다. 출향인사와 독지가들의 성금과 격려물품도 줄을 잇고 있다. 일부 건물주가 시작한 임대료 인하운동도 요원(<720E>原)의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찍이 나눔과 배려의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실천했던 교촌 최부자댁의 ‘DNA’가 재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대와 응원, 격려와 협동의 아름다운 정신이야말로 이 위기를 극복할 원동력이다. 하지만 정신력으로만 극복될 수 없는 게 경제요, 생계의 문제이다. 경주는 관광객 급감으로 많은 시민들이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시와 경북의 경산, 청도, 봉화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피해복구비의 상당액을 국비로 지원받게 되었다. 일정한 기준이 있었겠지만 실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이들 지역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다. 또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어봤자 법상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희망고문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지난 17일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11조 7천억 규모의 긴급 추경예산도 편성되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루빨리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가 제대로 못한다면 지방정부라도 나서야한다. 경북도와 시군이 예산을 분담하여서라도 생존 위기에 처한 차상위계층에 대한 긴급 생계지원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