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바꾼 구내식당 풍경
‘마주보지 않고 식사하기’
실천하는 포항남·북부서
이용시간도 세 타임으로 나눠

19일 정오께 포항북부경찰서 구내식당. 여느 때와 달리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직원들은 배식받은 식판을 들고 칸막이가 설치된 테이블에 하나둘씩 앉았다. 앞을 봐도, 옆으로 고개를 돌려도 누가 앉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마치 독서실 같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구내식당 풍경은 이렇지 않았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보통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꿀맛 같은 시간. 구내식당 풍경이 달라지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이날따라 ‘오도독 오도독’ 총각김치 씹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각, 포항남부경찰서 직원식당도 절간마냥 조용했다. 직원들은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하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테이블에 일렬로 앉아 고독한 식사를 즐긴다. 따분한 고독감에 대화가 그리운 몇몇 직원들은 휴대전화에 의지했다.

북부서 소속 한 경찰관은 “처음엔 다소 답답하고 어색했지만, 감염병으로부터 나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와 시민들 모두를 보호한다는 생각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한국인 정서상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식문화에 익숙하지만, 앞으로는 ‘고독한 식사’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경찰관들이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비대면 식사를 실천하고 있다. 식사시간 동안 대화를 멈추고, 동료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비말이나 호흡기 분비물로 인한 감염 예방에 앞장선 것이다.

포항북부서는 비대면 식사 방식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5일 포항지역 최초로 구내식당에 칸막이를 설치했다. 식사 공간이 좁아 일렬로 앉으면 최대 24명만 이용 가능한데, 칸막이를 세워 지금은 한 번에 48명까지 한 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앞서 포항남부서는 지난 2일부터 ‘마주 보지 않고 식사하기’를 시작했다. 식당 이용시간(오후 12시부터 1시까지)을 20분씩 3타임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남부서 소속 한 행정관은 “밥 먹는 속도가 느려 이전엔 동료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조용히 사색하며 식사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이 같은 비대면 식사방식 운영과 함께 남·북부서는 매일 저녁 6시 30분 구내식당 소독을 실시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두 경찰서 모두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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