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국의 교황청을 지키는 스위스 용병은 충성심과 용맹함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루체른시에는 스위스 용병을 상징하는 ‘빈사의 사자상’이 세워져 있다.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루이앙뚜아네트가 머물고 있던 궁전을 지키다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의 충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다. 사자가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당시 프랑스 시민이 그냥 도망가라고 권했을 때도 끝까지 스위스 용병의 의무를 다했던 그들의 일화는 스위스 용병의 명예로운 군인정신으로 남아 있다.

군기는 군대의 기울이며 생명과 같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군의 질서를 유지하여 전투력을 보존하는 군기는 군인 정신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갑자기 모아 놓은 훈련되지 않은 군사를 우리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 부른다. 우리민족은 언제부턴가 오합지졸을 ‘당나라 군사’에 비유해 사용했다. 왜 당나라 군사가 오합지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유래를 대체로 고구려시대에서 찾고 있다. 비록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지만 그 전까지 고구려는 당나라 군사를 맞아 큰 승리를 거두었던 때문이라 한다.

군인은 전쟁에서 승리가 최고의 명예다. 그래서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진 군을 군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군의 경계가 마치 허수아비 같아 국민을 화나게 했다. 군기지 내 민간인이 무단 침입해 활보하는 사건이 올해만 세 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걱정이 태산 같은 국민 앞에서 군이 보인 모습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하다. 일벌백계가 있어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