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나가자 호남민들은 깊은 소외감에 사로잡혔다.

훌륭한 경세가 DJ의 정신이 응집된 당은 ‘구민주’ 세력과 ‘노통’ 세력으로 분할되었고, 그로부터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오랜 ‘치세’가 이어졌다. 선거가 스물 몇 번 있었는데 분할된 ‘민주’ 세력은 늘 참패를 면치 못했다. 정동영 후보의 ‘어마어마한’ 득표 차 패배는 그 정점을 보여준 것이었다.

DJ 민주당의 구민주 세력에게는 버려졌음으로 해서 명분이 있었다. 호남들은 따라서 둘로 나뉘었고 약자에게 기울기 마련인 사람의 ‘통성’은 박지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세력을 동정하게 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임대통령의 실정은 분할된 ‘민주’ 세력에게 천금의 기회로 작용했다. 현 대통령과 박지원 의원과 새로 등장한 안철수 대표의 불안한 동거는 위태로웠지만 어떤 회생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한 번은 세 사람이 합동해서 대통령 선거를 치렀지만 패배했고, 다른 한 번은 중도를 표방한 안, 박 연합과 현 대통령 쪽이 분열된 채 다른 당의 홍준표 대표와 선거를 치렀다.

호남민들은 5·18 학살로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이른바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는 것을 볼 수 없었기에 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열린우리당’이 선사한 소외감과 그로부터 생겨난 동정심에서 안, 박 연합의 ‘국민의 당’을 동시에 떠받쳐 주었다. 그것이 지난 총선거에서의 ‘국민의 당’ 바람이었다.

다시 한 번 선거가 치러진다. 코로나19가 중심점이 되면서 다른 모든 접점들은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살아 있다. 이제 호남은 민주당 치세 하에 안철수 대표와 ‘결별한’ 민생당이 생존을 시험하고 있다. 새로운 ‘국민의 당’은 호남을 잃어버렸지만 코로나19 속에서 대구·경북을 새로 얻은 형세다.

호남 내부의 심경 세계는, 이 ‘만주 정치 평론가’가 추론해 보건대 아주 착잡할 것 같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꿈은 땅에 떨어지고 결코 패배할 수 없다는 논리만 남은 형국이다.

무엇을, 누구를 선택해도 개운치 않다. 시원스럽지 않다. 마음속에 그리던 이상은 실현될 가망 없다. 그래도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 없는 마음이다.

이번 선거는 이 분들에게 가장 참담한 선택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기사, 언제 이 호남에 바람 잘 날이 있었느냐만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