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피장파장의 오류는 논리학에서 말하는 ‘인신공격의 오류’의 일종이다. 상대방의 특정 발언에 대해 ‘발언 자체의 내용에 하자가 없는지’를 안 따지고 갑작스럽게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위선을 논거로 꺼내 상대방의 적격성을 갖고 논점을 흐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면 이런 상황을 가리킨다. 의사가 말한다. “음주와 흡연은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절하십시오.” 환자가 반박한다. “에이, 의사선생님도 술, 담배 하시잖아요.”환자는 의사가 주장하는 사실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지적했지만 이는 음주와 흡연이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반박이 아니므로 피장파장의 오류가 된다.

정치판이 이같은 피장파장의 오류로 시끄럽다. 여야의 위성정당 창당을 둘러싼 논란이 거대양당을 속시끄럽게 하고 있는 것. 미래통합당의 경우 위성정당 창당을 옹호한 논리가 바로 ‘위성정당’존재의 정당성이 아니라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배제된 선거법 개정에 대한 비판뿐이었다. 쉽게 말해 ‘다른 당들이 먼저 도의를 어겼으니 자유한국당도 편법을 써도 된다’는 논리였다. 이는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다. 제도나 그 절차 문제는 차치하고 ‘미래한국당’은 선거에서 의석 추가 확보만을 위한 비정상적 위성정당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구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모(母)정당의 뜻과 다른 후보를 공천하는 바람에 더욱 모양이 우스워졌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9일 미래한국당을 향해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작심 발언해야 할 정도였으니 참으로 곤혹스러웠으리라.

황 대표가 그동안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인 미래한국당의 공천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려 직설적 표현을 피해왔지만, 통합당 영입 인재를 외면한 공천을 접하고선 어떤식이든 제대로 손보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어떻게 둘러대더라도 꼼수정당이라는 도의적, 정치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범여권이 동의할 수 없는 잘못된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강요했기 때문에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법의 허점을 드러내고, 추후 잘못된 선거법을 고치겠다는 게 미래통합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4+1협의체 역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뜯어고친 뒤 위성정당을 추진하면서 피장파장의 오류를 정당화의 논리로 차용해 쓰고 있다. 말 그대로‘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만큼 민의의 왜곡을 막기 위해 우리도 위성정당 창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재미있는 것은 궁색한 핑계아래 추진되는 위성정당 창당과정이 순탄치 못하다는 것. 친문(친문재인)·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를 비례연합정당 플랫폼으로 선택해 신생 원외정당 등과 함께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지만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참여한 정치개혁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사 쉬운 게 없지만 사람들의 모임인 정당이 마음먹은 대로, 뜻한대로 움직일리 없다는 순리가 눈에 밟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