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당 지키지 마라 탈당 후에 복당하면 대접받는다
원외는 절대 당협 맡지 말아라 종처럼 부려지다 팽 당한다

미래통합당 공천이 이제는 조롱거리 대상으로 전락했다. 보수중도정당에서 공천 받는 법이라는 글이 나돌면서부터다. 이 글의 내용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래통합당의 TK공천 과정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여론의 공감을 사면서 통합당 공천의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내용에 따르면 △어려울 때 당 지키지 마라. 탈당했다가 복당하는 게 더 대접받는다 △우파 운동하느라 고생하지 마라. 좌파 운동하다 들어오면 된다 △보수 우파당에서 원외는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말아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 △젊어서부터 보수 내걸고 정치할 생각 하지마라, 밖에서 스팩쌓으면서 웰빙하다가 기회봐서 명함 내밀고 하라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은 미래통합당 대구·경북(TK) 지역 공천에 적용하면 상당부분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한해 광화문 집회 때마다 수십여 회에 걸쳐 당원들을 모아 상경했던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이번 경선에서 단칼에 나가떨어진 반면 문재인 정부 투쟁대열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던 예상외 인사들이 대거 단수공천 또는 경선대열에 이름을 올려 SNS에 떠도는 공천받는 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우선, 새로운보수당 출신으로 대구 중·남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김희국 전 의원은 최근 군위·의성·청송·영덕 지역 경선에, 유승민 측근인 강대식 전 대구 동구청장은 대구 동을 경선자로 확정됐다. 오랜기간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당협을 관리해왔었으나 그런 기회엔 접근도 못해 본 인사들과 대조를 보였다.

‘문재인 취임 축하’ 칼럼 등으로 인해 통합당의 가치와 정체성 문제 논란이 일고 있는 김형동 후보도 매한가지. 안동·예천에서 단수공천을 받은 그는 좌파운동의 사례에 적용되는 케이스다. 서울TK 논란이 일고 있는 이두아 전 의원과 황헌 MBC 보도국장도 각각 대구 달서갑과 영주·영양·봉화·울진 지역 경선에 포함돼 논란을 지폈다.

이에 반해 오랫동안 지역구를 관리해온 인사들은 공관위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거나 컷오프(공천배제)돼 막천의 희생자가 됐다. 강효상 의원은 조원진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1년 넘게 맡았지만, 대구 달서병 공천을 받지 못한 채 수도권으로 선회했다.

포항남·울릉당협 당협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넘게 당협업무에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김순견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 역시 이번 총선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서울TK들에게 경선에 참여도 못하고 컷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유승민 의원 탈당으로 대구 동을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김규환 의원 역시 공천에서 배제됐다. 상주·군위·의성·청송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박영문 예비후보 역시 컷오프됐다. 이들 사례는 ‘보수 우파당에서 원외는 절대로 당협을 맡지 말아라. 맡으면 종처럼 부리고 팽 당한다’는 말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

통합당 한 인사는 “당이 위기 때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때마다 당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바쳐가며 헌신했는데, 결과는 토사구팽이였다. 당에 대한 애착이 이제는 사라졌다”며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헌신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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