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위기가 멈춰서는가 싶다. 단정하기 어렵긴 해도 지난 한 달 급하게 치닫던 확진자 증가세가 사뭇 안정되었다.

에볼라(Ebola)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휩쓸던 무렵, 놀랍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Bill Gates)가 ‘앞으로 지구상에 수천만 명이 한꺼번에 죽어 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핵전쟁 때문이 아니라 감염병의 만연에 따른 일일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예견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오늘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놀라울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상황이 앞으로도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가 만난 코로나19 광풍은 아직도 거세다. 국내 지역감염의 위험은 여전하다. 신천지교회가 끼친 심대한 어려움이 잦아들면서 이제는 일반 교회들이 집단으로 모여 예배하는 일이 생각 거리가 되었다. 예배를 귀하게 여기는 믿음은 소중하고, 신앙의 자유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성경과 교리는 ‘안식일’을 잘 지킬 것도 명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을 위하여 다중이 밀집해 모이는 일을 자제하여 줄 것을 권고한다. ‘방역의 필요’와 ‘신앙의 자유’가 충돌하는 것일까.

학생없는 학교, 손님없는 극장, 불꺼진 무대, 한산한 길거리, 쓸쓸한 음식점, 차없는 도로들, 온라인 강의실…. 모두들 힘들지만 비정상을 견디는 까닭은 오직 한 가지. 코로나19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려는 몸부림이 아닌가. 주일도 지키고 예배도 성심껏 올리시라. 다만, 치명적 감염의 위험을 피하자는 국민의 요청이 그렇게 부담이 되시는가. 누구도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다. 아무도 종교의 진정성을 배척하지 않는다. 예수께서도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가르치지 않았는가. 사람의 목숨과 사회의 안정을 해칠지도 모를 집단적 회합에 어쩌면 그렇게 목숨을 거는가.

전쟁 못지않게 병균이 인류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했음을 기술하였던 제러드 다이어몬드(Jared Diamond)도 ‘바이러스의 가공할 공격에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대비하여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앞으로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모양이다. 의료진과 연구진의 끊임없는 노력이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것으로 믿는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응책 두 가지가 손씻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가. 학교와 일터가 구체적으로 서로 돕는데, 교회가 오히려 사회적 감염을 만들어 낸다면! 경제적 어려움이 실천에 장애가 된다면, 이를 사회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면 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삶을 위협하고 일상을 어지럽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힘이 되고 격려가 되어 등불을 밝히는 교회가 그립다. 말씀 가운데 칼날이 보여 섬뜩해지는 일은 그만 만나고 싶다. 함께 이기고 일상을 회복하려면, 교회도 바뀌어야 한다. 위기를 뚫고 일어서는 길에 예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