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고자 중 당선 안정권 배정 1명 불과
보수 본산 궤멸 위기에 최악 선거판 가능성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해괴한 지역구 낙하산 공천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에 또 한 번 비례대표 패싱 비보가 날아들었다. 16일 발표된 미래통합당(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명단은 TK 홀대 현상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40명의 비례대표 후보명단 중 지역에 연고를 갖고 있는 인사는 단 2명뿐이었다. 14번에 배정된 대구출신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과 39번에 배정된 한무경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다. <관련기사 3면>

그나마 14번에 배정된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은 당선권에 있다고 예측되지만, 39번에 배정된 한무경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사실상 당선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TK인사 4명(이종명·임이자·윤종필·강효상)이 당선 안정권 순번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TK 지역은 이번에 변호사 시험 합격 1년도 채 안 돼 당당히 5번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를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 아래 또 표를 찍어야 할 판이다. 보수의 본산이기도 하고 통합당 진성당원이 가장 많고 당 공천 국회의원을 대거 배출하는 지역이라면 응당 거기에 합당하는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억지가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TK 지역은 지역구 공천에서부터 비례대표에까지 마치 드라마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긴 세월 보수정치의 엔진 역할을 해온 TK 정치가 문자 그대로 고사(枯死) 직전으로 내몰리면서 작금 지역민들의 실망은 정치혐오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당의 비례대표 후보 결정내용을 통합당 지도부가 비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꼴사나운 내분 기미까지 감지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통합당에서는 한국당이 전날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공천명단에 영입 인재가 당선권으로 예측되는 20번 안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 그것이나 대구·경북이 지역구 공천 분란에 대해 저항하는 거나 무슨 차이가 있나. 어찌 보면 대구·경북인들의 마음은 통합당이 이번에 미래한국당으로부터 받았을 배신감보다도 더 아픈 게 현실이다.

인재영입위원장인 염동열 의원이 재심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내기까지 했지만, 한선교 한국당 대표는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쁜 공천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병호 한국당 공관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통합당 영입 인재) 대부분을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하려고 했다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인선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통합당에서 자체 비례대표를 내는 문제에 대해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내 불협화음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내연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민을 무시한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는 어지러운 대구·경북의 정치판과 흡사한 모습이다. 지리멸렬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광경을 지역민들은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다. 혼돈 속에 여차하면 보수 야권의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돈다.

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이나, 자매 비례 정당인 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들을 내재하고 있다. 특히 TK 정치의 위상을 존중하지 않고, 지역 인재들을 허깨비 취급하는 방자한 지도력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패착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무소속 연대가 출렁거리고, 민주당이 공고한 호남 진지를 뒷심으로 가열 찬 동진(東進) 전략을 펼칠 경우, 통합당은 TK 선거에서 최악의 혈투를 벌이게 될 수도 있다.

통합당이 정말로 이번 선거에서 ‘TK 학살’을 기획했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한을 남기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는 지역의 바닥 정서를 무시한 오만한 횡포를 지속한다면 전대미문의 참패를 맛볼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안재휘기자 ajh-7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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