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의도 정치를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총선 국면에서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다.‘4+1’이라는 친여 정치합작으로 제1야당을 장외로 몰아내며 힘자랑을 벌이던 집권당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군소정당과 짬짜미해 위성 정당 참여 결단을 내렸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제 우리 정치의 악성 종양으로 등장해 절제 수술이 시급해졌다.

설왕설래를 거듭하던 민주당의 ‘연합 위성 정당’ 창당 결정으로 소위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비례 정당 대결로 완전히 변질했다. 정해진 제도가 불리하다는 이유로 편법을 선택한 야당 미래통합당을 전적으로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리해지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민주당이 끝내 재야인사들과 궤를 맞춰서 비례연합정당(연합정당)이라는 편법의 그물 속으로 기어들어 가기로 한 궁여지책은 더욱 한심한 풍경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향해 퍼붓던 맹비난에다가 “꼼수이자 불법행위”라며 검찰에 고발까지 한 행태에 비춰볼 때 거의 저질 코미디 수준에 가깝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은 아무래도 ‘정권 심판’ 성격이 짙어지는 총선을 앞두고 깊어지는 위기감에 몰려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이 어쩌면 민주당에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있다. 중도층의 43.4%가 민주당의 비례 정당 참여에 ‘매우 반대’한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전해지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례연합정당으로 의석 도둑질·반칙·편법 응징하겠다”고 초라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도둑을 막기 위해서 도둑질을 하는 일은 집권당이라는 막중한 위상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여당의 행태는 참으로 씁쓸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패한 제도라는 정평이 나 있다. 초록이 동색인 소수정당과의 ‘공수처법’ 통과를 위한 뒷거래 형식으로 밀어붙인 설익은 제도가 금세 자승자박이 된 꼴이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폐기 처분해야 할 법이 준 연동형 선거법이라는 목소리가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다. 선거판이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