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국제유가에 타격을 주고 있다. 10%가량 폭락하면서 4년 만에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감산 협상이 러시아의 반대로 결렬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6%(3.03달러) 하락한 28.7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WTI는 이날을 기점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이 무너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1.31%(3.8달러) 폭락한 30.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원유가격 하락은 코로나19가 불러왔다.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세계 각국들 사이에 이동이 제한되자 원유수요가 낮아진 영향이 가장 크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환자수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각국 정상들은 “집에 머물러라”는 메시지를 내보내며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촉구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EU 정상회의에 제안할 예정이어서 원유수요는 계속 바닥을 길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원유수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석유업체로 꼽히는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브라리언 길버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원유수요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수요는 1985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며,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던 1993년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올해는 원유시장이 암울하다는 의미다.

산유국간 유가전쟁도 원유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은 이달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에 대처하고자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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