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천 부작용 논란 계속
혁신 대신 ‘현역 자르기’ 집중
애초 약속 ‘국민 눈높이’ 무색
공관위 ‘보이지 않는 손’ 작용
민심 철저히 외면 ‘사천’ 평가

미래통합당의 대구·경북(TK) 공천이 마무리되어 가는 가운데 ‘공천 과정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혁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 자르기에만 몰두했을 뿐 지역민심은 일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벌써 무소속 대거 출마 등 후유증도 심각하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에 맞춰 김형오 위원장은 공천방향과 관련, “쇄신하고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관련기사 2·3면>

그러나 공천결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기획공천이 자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인적인 친분 등으로 인해 지역의 민심을 배제한 ‘나쁜 공천’이었다는 얘기가 파다할 정도다.

TK지역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됐다. 빈자리엔 지역에서 활동이 전무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사 내리꽂기’만 시도됐다. 또 다른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를 지역 연고만 있다는 이유로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재배치하는 ‘돌려막기 공천’도 이뤄졌다.

대구 달서갑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던 이두아 전 의원에 대해 최고위가 재의를 요구하면서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으로 변경되긴 했지만, 현역의원인 곽대훈 의원이 경선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20대 총선 당시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으로 공천 혜택을 본 인사들에 대해 단수 공천을 준 것 역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지역 민심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선후보 경선 등 대선용 친위 부대 구축에만 관심을 쏟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TK지역 한 인사는 “통합당 공관위가 부적격 사유에 해당할 것으로 평가를 받아온 TK의원을 단수추천해 이들에게 앞장서 면죄부를 주는 등 원칙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공관위가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찾으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심사가 본격화되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자신과 가까운 인사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공관위와 교감하는가 하면, 공관위의 친분(?)을 바탕으로 공천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확산되면서 지역민들의 반발만 불러 일으켰다. 포항남·울릉 공천 과정에서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인사가 갑자기 유력 공천 후보로 거론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통합당이 낙하산 공천, TK 민심과는 무관하게 공천을 한 것은 지역 정서를 모르는 인사들이 공관위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퇴를 선언한 김형오 위원장을 비롯해 공관위 구성을 보면 TK 지역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TK지역 민심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공관위는 ‘공천=당선’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가지게 됐고, 이것이‘낙하산 공천’, ‘돌려막기 공천’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게 지역정가의 평가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지역사정을 모르는 인사들이 TK공천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지역민심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통합당 지도부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혹평했다. 그는 “충청권이나 수도권의 중진은 대부분 살아남아 지역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은 갖추게 된 반면 경북은 재선 한명없이 초토화시켰다. 이는 경북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한 결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며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특히 TK지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황교안 대표를 향한 비난이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경북도당의 한 인사는 “이제부터는 비TK출신인 황교안 대표보다 TK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권 후보를 두루 키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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