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개학 연기에 휴원 동참한 포항 학원업계 ‘도산 위기’
수입 막혔는데 인건비 등 비용 부담 커져 생계유지 어려움 호소

사상 초유의 개학연기에 포항지역 학원업계가 도산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4월 개학’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원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일로 예정돼 있던 개학일을 9일로 연기했지만, 교내 집단 감염을 우려해 23일로 한 차례 더 미뤘다.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 교육기관에 대한 잇단 개학연기 방침에 따라 학원들도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학원업계도 자발적 휴원에 동참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대구지역 학원 휴원율은 90.5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북지역도 75.93%에 달했다.

포항시 남구 이동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A씨(47)는 “지난달 24일부터 휴원에 들어가 매출이 없다”며 “보통 3월은 개학과 함께 학원에도 신입 원생이 들어오거나 수강문의가 많은 시기이지만 올해는 전화 한 통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갑작스런 휴업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학원가는 오는 4월로 개학을 추가 연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침체된 분위기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사회 인구절벽으로 최근 학생 수가 줄어든 데다 감염병 확산으로 기약 없이 학원 문을 닫게 생겼다.

학생이 없어 학원을 운영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데도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천재지변에 속하지 않아 강사 및 직원의 휴업수당을 비롯해 각종 공과금, 대출금 등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학이 거듭 연기되면서 정부의 휴원 권고에도 암암리에 운영 중인 입시학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두호동의 한 수학학원 원장 이모(49)씨는 “아이의 성적 관리를 위해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학부모 요청에 따라 지역 곳곳에 문을 연 학원들도 있다”며 “교육청과 구청에선 이렇다 할 지원책 없이 체온계와 손소독제를 갖췄는지 검사하겠단 연락만 온다. 강사와 학원차량 운전기사를 포함하면 직원이 총 7명이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혜택도 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학원 강사들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학원업계 종사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경북지역에는 7만3천여명이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잇단 개학 연기에 학원 휴업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포항시 북구에 있는 D 입시전문학원 강사는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은 휴원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PC방과 동전노래방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학원만 휴원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아이들 건강을 우선으로 여겨 자발적인 휴업에 동참했지만, 이제는 정작 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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