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대구·경북 지역의 미래통합당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 칼날이 피를 뿌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3선의 친박계 핵심 출신 김재원 의원, 비박계 3선 강석호 의원, 초선인 곽대훈·김석기·백승주·정태옥 의원과 재선의 박명재 의원까지 컷오프돼 지역구 의원 20명 중 7명이 낙마했다. 이로써 대구·경북지역에서는 20명의 현역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5명을 포함해 12명이 물갈이 됐다. 특히 지역에서 중진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던 3선이상 정치인 5명 중 주호영 의원을 제외한 4명이 공천에서 모두 교체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선수를 우선시하는 국회의 관례를 생각하면 21대 국회에서 TK지역은 단 한명의 상임위원장도 배출할 수 없는 진용으로 짜여진 셈이다. 3선 이상 정치내공을 쌓아 온 이들 마저 공천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컷오프의 수모를 견뎌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이는 텃밭에서 현역의원들을 대거 교체하지 않으면 쇄신이란 모양새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에다 지금 이대로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힘들다는 당내 절박감이 컸기 때문일게다. 또한 텃밭에 안주한 정치인의 경쟁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수도권 험지출마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컷오프된 후 대구에 무소속 출마하겠다며 선언해 또 다른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로 홍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선언을 계기로 곽대훈(달서갑) ,정태옥(북구갑), 강효상(달서병) 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여 TK발 무소속연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재선의 포항남·울릉 지역구 박명재 의원이 컷오프이후 무소속 불출마 선언을 해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포항KTX역에서 지지자들과 당원들에게 “이번 공천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과 포항, 대한민국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를 생각해야 하고, 우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천결과 수용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落花)’의 첫 구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구로 말을 맺었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 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헤어지자/섬세한 손길을 흔들며/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나의 사랑, 나의 결별/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아름다운 시를 진흙탕 싸움이기 쉬운 정치적 현실에 대입하는 일은 무척 민망스럽다. 그러나 봄 한철 격정같던 사랑은 어디 갔을까 자문해보자. 이 계절이 지나면 무성한 녹음과 열매맺는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자연의 섭리를 누군들 모르랴.

그렇다해도 꽃잎이 지는 낙화의 아픔은 좀처럼 덜어지지 않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