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대유행)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19에 의해 온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응부처 수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놓은 ‘자화자찬’ 발언이 비난을 사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슷한 언급을 해 논란이다.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안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수준에서 정책 당국자들의 서투른 자평은 분개를 사기 십상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박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존 방역 관리체계의 한계를 넘어 개방성과 참여에 입각한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면서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무장관으로서 희망 섞인 전망을 밝힐 수는 있지만, 또다시 ‘가벼운 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의 추세를 계속 이어나가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응을 책임진 사람들이 비관적인 의식을 표명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 어떤 낙관론도 끄집어낼 때가 아니다.

감염 전문가들은 “지금 대구·경북 지역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 하고 집에서 기다리는 분들이 아직도 수천 명이 있고 엄청나게 불안하고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잘 막아낸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서 점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서 재유입되는 상황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의 코로나19 양상은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집단 발생의 진정 국면 진입부에 있지만, 여전히 다른 형태의 집단 발병이 우려되는 만큼 긴장을 풀어선 절대 안 된다는 보수적 견해가 우세하다. 바이러스의 유입을 놓고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던 장관이나, 대통령의 잇따른 ‘모범사례’ 발언은 고통받는 국민의 정서를 자극할 따름인 백해무익한 논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