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공적마스크 동시판매를 시작한 지난 5일 포항의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경북매일 DB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올해 1월 30일을 기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3월 11일 현재 전세계 80개 국가에서 확진환자수 9만5천24명, 사망자수 3천281명이다. 전염병(epidemic)이 전세계로 퍼질 때 이를 판데믹(pandemic)이라 하는데, 이미 중국, 한국, 이란, 이탈리아, 미국 등 전 대륙으로 퍼지고 있으므로 코로나19 확산은 이제 판데믹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이번 코로나19는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3번째의 중증폐렴 유발 감염병 재난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되었다. 많은 전문가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 가속화로 이러한 대형 바이러스 감염병 재앙은 계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지극히 예외적이어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일컫는다. 우리 대구·경북지역 시도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은 블랙스완과 같은 대형재난이며, 앞으로도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블랙스완형 대형재난에 대응력을 높이는 지역사회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 강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그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대구·경북지역 감염병 안전지수등급 16개 특·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

크고 작은 재난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오늘날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2008~2017)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사망·실종 등 인명피해 1천97명(사회재난 945, 자연재난 152), 재산피해 12조9천174억원(사회재난 9조3천850억, 자연재난 3조 5천324억)이 발생하였다. 이중 자연재난에 대한 복구액은 총 7조3천658억원 소요되었다. 경상북도는 자연재난 재산피해액이 3천563억원, 피해복구액은 8천45억원으로 전국 4위 수준으로 매우 높으며, 대구광역시는 상대적으로 자연재난 피해가 적은 지역이다.

2003년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대구지하철사고에 이어 2016년과 2017년 국내관측사상 최고치의 진도를 기록한 경주, 포항 지진 이후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에서는 재난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대구경북연구원내에 재난안전연구센터를 개소하는 등 재난재해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역안전지수등급은 행정안전부가 국민 개개인이 생활주변 위험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전정보들을 통합하여 지도 위에 표현한 서비스인 생활안전지도 홈페이지(http://www.safemap.go.kr/main/smap.do)를 통해서 안내하고 있는 안전수준이다. 이 지도에 제시된 대구광역시의 지역안전지수 등급 결과를 살펴보면, 감염병이 5등급으로 가장 나쁘게 평가되었으며, 화재와 자살이 4등급, 교통이 3등급, 범죄와 생활안전은 2등급으로 평가되었다. 경상북도의 지역안전지수 등급 결과를 살펴보면, 감염병과 교통이 4등급으로 가장 나쁘게 평가되었으며, 생활안전과 자살이 3등급, 화재가 2등급, 범죄는 1등급으로 평가되었다. 이 결과에서 특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사고 이전에도 우리 대구경북지역이 감염병 안전도가 전국 1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세계 재난 회복력 증대 캠페인에 4천317개 지자체 참여

UN의 재해감소국제전략기구(UNISDR)는 세계 각국의 지방정부가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장려하기 위해 재난에 강한도시 만들기(MCR, Making Cities Resilient)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UNISDR은 MCR 캠페인에 가입한 도시 중 회복력 향상을 위해 모범이 되는 도시를 선정하여 Role Model City 자격을 부여한다. MCR 캠페인은 지방정부만 가입할 수 있고, 추진방법은 UNISDR이 제시하는 10대 핵심사항을 실천하는 것이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125개국 4천317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75개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으나 전세계 Role Model City로 인증 받은 지자체 49개 중 우리나라 지자체는 인천광역시가 유일하다.

이 캠페인의 주된 목적은 지방정부 및 도시 규모에서 그들 각자가 직면한 위험을 인지하여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요청함으로써 회복력 도시 조성을 장려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도시들 간의 정책 공유 및 협력, 정부 관계자들에서부터 도시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도시가 직면한 위험을 인지시킨다.

MCR 캠페인에 참가한 지자체는 지역의 회복력을 측정하기 위해 Score Card를 작성해야 한다. Score Card는 재난 회복력을 위한 조직구성 및 이행 준비, 현재와 미래의 위험 시나리오 분석, 이해, 활용, 재난 회복력을 위한 재정적 역량 강화, 회복력에 강한 도시개발과 설계 추구, 자연생태계가 제공하는 보호기능 강화를 위한 자연완충재보존, 회복력을 위한 기관역량강화, 회복력을 위한 사회적 역량이행 및 강화, 사회기반시설의 회복력 강화, 효과적인 재난 대비와 대응력 확보, 신속한 복원과 더 나은 재건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한 ‘사회적 거리두기’ 성공은 지역 회복력 강화의 원동력

울산발전연구원 윤영배 부연구위원은 ‘울산시 도시회복력(Resilience) 강화방안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6가지 주요 정책사업을 제안하였다.

회복력 개념을 도입한 도시안전 최상위 기본계획인 ‘도시안전전략계획’을 조례개정을 통한 5년 단위 계획으로 수립한다. 비상사태나 재난으로 인해 공공기능의 운영이 중단되었을 때 정부의 핵심적인 기능을 보호, 유지하고 연속할 수 있도록 ‘기능연속성계획’을 수립한다. 침수흔적도, 재해정보지도 등 재해관련 공간데이터 구축 및 도시안전도 향상을 위한 재난정보 모니터링 등 재해예방데이터를 구축한다. 과거 피해사례 극복, 방재시설물 설치시 재해 취약성 고려, 피해저감형 토지 이용 등을 위한 회복력 개념을 도입한 도시(재)개발을 추진한다. 협력적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위한 도시안전연구센터를 설립하며, 안전정보 공유, 활동가 육성을 통한 주민활동 유도 및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대회개최 등을 통한 주민참여 소통 활성화사업을 시행한다.

이들 사업은 대구경북에 그대로 반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지역특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추가 보완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 내러티브연구소 최남희 소장은 ‘재난을 뛰어넘는 지역사회 리질리언스’라는 특집 기고문(열린충남 겨울호, 2016)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세상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산다고 하였다. 그러한 믿음의 밑바닥에는 재난대응이 국가의 책무이고, 전문가들이 알아서 대처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형 참사나 재난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만으로는 부족해서 재난에 대한 대응과 책무가 국가나 행정기관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은 여럿이 힘을 모으고 일상적 행동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수월하게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가 지금 당면한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을 극복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국민 ‘사회적 거리두기’운동에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한 성공이 우리 지역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큰 동력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