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탑승할 시간이 많아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항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비닐로 포장된 쿠키 한 봉지를 샀습니다. 서점에서 잡지 한 권도 샀지요. 공항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잡지책을 뒤적이며 커피를 마시던 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옆 자리에 있던 신사가 옆 좌석에 놓아둔 쿠키 비닐 포장을 뜯고 덥석 하나를 꺼내 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여인은 무척 놀랐지만 태연하게 자신도 쿠키를 먹었습니다. 남자가 상황을 깨닫고 무례한 행동을 그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끗 여인을 한 번 바라볼 뿐, 계속 쿠키를 먹는 것 아닙니까?

그냥 물러나면 비행 내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남자가 물러설 때까지 여인은 꿋꿋이 쿠키를 먹었습니다. 남자도 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쿠키를 먹습니다. 결국, 쿠키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망설임도 없이 마지막 쿠키를 절반으로 쪼개 한쪽을 여인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여인은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습니다. 잠시 후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고 여인은 비행기에 탑승해 좌석벨트를 맸습니다. 남자의 뻔뻔한 모습이 떠올라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이륙 후 립스틱을 꺼내려고 핸드백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상상치도 못했던 물건이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샀던 쿠키가 봉지도 뜯지 않은 채 들어 있었던 겁니다. 대합실에서 정작 뻔뻔스러운 사람은 본인이었던 거지요.

실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경영학 책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틀림없이 진실이 믿는 것이 오류일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편견을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경청의 기본적인 태도는 열린 마음으로 내 아집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상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