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1번 확진자 발생 후
하루 평균 헌혈자 절반으로 ‘뚝’
위기관리단계인 ‘경계’ 수치 도달

10일 오후 포항시 북구 헌혈의 집 포항센터에서 20대 남성이 헌혈을 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코로나 이후에는 방문객이 절반 넘게 줄었다” “대신 피가 모자라서 지정헌혈을 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사람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헌혈을 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혈액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10일 오후 1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에 있는 헌혈의 집 포항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헌혈만이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라는 헌혈참여에 대한 호소문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센터로 들어서자 대기자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채혈실에는 채혈을 위한 침대 5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헌혈을 하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이날 딸과 함께 헌혈의 집을 찾은 조혜원(45·오천읍 문덕리)씨는 “TV와 라디오에서 코로나 때문에 헌혈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피가 모자란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이곳을 찾았다”며 “모두 다 힘든 상황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헌혈 감소는 혈액보유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 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대구·경북지역의 혈액보유량은 1.9일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권장보유량 5일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혈액보유량의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혈액수급위기관리단계인 ‘경계’ 수치에 도달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는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이 5일분 미만이면 ‘관심’, 3일분 미만이면 ‘주의’, 2일분 미만이면 ‘경계’, 1일분 미만이면 ‘심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후 헌혈하는 시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1월 1일부터 2월 17일까지 대구·경북 하루평균 헌혈자의 수는 571명이었다.

그러나 대구에서 코로나19의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9일까지는 하루평균 헌혈자가 246명으로 56.9%나 감소했다. 전년 동기간에 비해서도 일 평균 128명(21.3%)이 감소한 수치다.

혈액원은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라는 악재가 겹치며 최악의 혈액난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에 대한 여파로 헌혈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단체는 68개로 인원으로는 5천835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대구경북혈액원은 부족한 혈액을 충당하기 위해 부산과 대전, 경남 등 타지역의 혈액원으로부터 약 2천800유니트의 수혈용 혈액제제를 받아 지역 병원 등에 겨우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자 방문 시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헌혈센터와 헌혈차량에 대해서도 수시로 소독한다”며 “최근 헌혈현장의 전 직원에 대해 코로나 감염 검사를 실시해 음성결과를 받는 등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안심하고 헌혈에 참여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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