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의혹 김택호 의원, 기간제근로자 현황자료 등 무더기 요구
시립무용단과 소송 중인 이선우 의원도 문예회관에 계약서 등 요청
자료 분량만 A4 용지 200여 장… 현장 동원 공무원들 격무 부추겨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모든 행정력이 집중된 시기에 구미시의원들이 구미시에 개인 송사와 관련한 무더기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택호·이선우 시의원은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던 지난 3일과 5일 각각 개인 송사와 관련한 자료를 구미시에 요청했다. 두 시의원의 개인 송사 관련 자료 요청은 본지가 구미시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코로나19 확산시기(2월 20일부터 현재) 구미시의원 의정활동 관련 각 부서별 요구내용’에서 확인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인사청탁 의혹을 받고 김택호 시의원은 구미시 전부서(읍면동 제외)를 대상으로 2018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기간제 근로자 채용현황 및 근무자(채용 근거자료)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또 총무과에 △공무직 근로자 채용현황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 채용(전환) 사례 △민선7기 신규직원 증원현황(정원, 충원인원, 근무부서 등) △배정미 전국장·신용하 전 비서실장·금정철 전 정책보좌관 등의 사직서 제출일과 의원면직일 등의 자료를 요청하고, 기획예산과에는 구미시설공단 채용현황 및 사외이사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27일에는 구미시의회 의회사무국에 △제8대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 내역 △제8대 의회 홍보비 지출 내역 △구미시장 출석요구서 및 윤리위원회 출석요구서 접수대장 △김택호 의원 징계 결과보고서 △제233회 제2차 본회의 김택호 의원 징계안 집계 결과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김 시의원이 요청한 자료를 살펴보면 인사청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장세용 구미시장의 인사 관련 자료와 자신의 제명 관련한 자료에 집중돼 있어 최근 구미시의회가 ‘제명무효청구소송’에 항소한 것과 구미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인사청탁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구미시립무용단 관계자와 명예훼손으로 송사를 벌이고 있는 이선우 시의원도 문화예술회관에 △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영상(제57∼60회) △시립무용단 공연음악제작 관련 공문, 계약서 및 지출내역 △시립무용단 김 모씨 안무자 위촉 공문(최근 2회)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두 시의원이 요청한 자료의 양만 A4 용지 200여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한 시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 격려는 하지 못할망정, 개인 송사와 관련한 무더기 자료 요청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시의원이 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시민은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인데 개인적인 사익만 노리는 사람이 시의원이라는게 말이 되지 않는다. 구미시의회는 당장 문제가 된 시의원들을 제명시켜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선우 시의원은 “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코로나19로 모든 공연이 취소돼 업무가 그리 많지 않고, 요청한 자료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료를 건네주는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확인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되기는 했으나, 문화예술회관 직원들은 최소 근무인원을 제외하곤 모두 코로나19 방역 현장업무에 동원됐다. 결국 이들 공무원들은 코로나19 방역 현장업무를 마치고 복귀한 뒤 시의원의 요청자료를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택호 시의원은 답변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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