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 대형병원의 대구경북 환자 기피현상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대구에 산다는 사실을 숨기고 입원했던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진 서울백병원 사태 이후 더 심해지고 있어 지역 환자들의 진료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일단 대구경북 환자에 대해서는 진료연기 등으로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진료예약을 아예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병원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것이 진료거부 형태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서울의 우수한 의료진을 믿고 찾아갔던 그간의 신뢰와 신의도 없어지는 행위다. 대구에 산다는 사실을 숨기고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던 78세 여성 환자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거짓말을 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1차로 찾아갔던 수도권 모병원이 대구에 산다는 사실만으로 진료를 거부했다. 또 고령인 본인의 건강을 생각하면 반드시 입원치료 받아야하는 딱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특히 기저질환 등으로 서울쪽 대형병원에 예약한 많은 환자가 제때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로 인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도 걱정이다. 지역의 환자들은 무작정 오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현재 당국은 “환자는 거짓말하면 안 되고 병원은 정당한 이유없이 진료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만 설명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준으로 역외 환자의 진료권을 보호해 주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대구경북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목적으로 지역거주 사실을 숨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감염환자를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19 사태는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범 국가적으로 모두가 해결해야 할 당면한 문제다. 나만 살겠다는 생각이면 지금의 위중한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위기일수록 정부의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역외환자에 대한 수도권 대형병원의 진료 기피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도 정부의 무능과 불신으로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