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일식·횟집 등 급증에
활어 공급처 등 줄줄이 사라져
매출 제로에 사료·인건비 압박
계속된 위기에 정부 도움 간절

동해안 수산양식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사진은 양식할 치어를 방류하는 모습.

“2월 20일부터 보름 이상 매출이 거의 제로입니다. 이대로라면 직원도 줄여야 할 상황이에요.”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37년째 수산양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신창수산 최준식(60) 대표는 지난 8일 “올해가 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토로했다.

한때 연간 매출액이 50억원을 넘었던 시절도 있지만 최근 수년간 지역 경기침체와 일본산 생선수입 등의 악재로 지난 2018년 25억원, 2019년 15억원으로 매출이 수직 하락하고 말았다.

인건비와 사료비, 기타 경비 등 연간 고정 비용이 20억원 가량 필요한데,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며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중인 일식집, 횟집 등이 급격히 늘며 활어 공급처가 사라졌다”며 “운영비를 감축하기 위해 양식장 물고기들에게 주던 사료값을 월 1억5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줄였다”고 하소연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양식장을 운영하는 최 대표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진 건 영세 양식어민들이다.

부부가 함께 일하거나, 직원 1∼2명을 고용하고 있는 소규모 양식장들은 더 빠른 속도로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물고기가 팔리지 않으니 자금 압박이 오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직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도 양식어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규모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코로나19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양식장 운영을 포기할 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전례없는 어려움에 처한 수산양식업계를 위해 정부가 일정량만이라도 물고기를 수매해준다면 양식업자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양식어민들의 걱정거리는 남아있다.

수개월간 출하되지 못했던 생선들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정부가 11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책정해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경기에 순풍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 여부에 의문이 많은 상황이다.

최준식 대표는 “고용유지지원금만 해도 신청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준비 서류도 많다”며 “그 과정을 합리적으로 간소화해 임금의 20∼30%만이라도 지원해준다면 10년 이상 함께 해온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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