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온 국민이 ‘멘붕’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속출한다. 특히 확산의 중심에 있는 TK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구에서는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들이 자택에서 숨지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 15층 창밖의 시내 거리는 적막하다. 긴급 출동하는 앰뷸런스의 다급한 사이렌이 대구의 실상을 말해주고 있다. 불안과 공포 속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시민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눈물겹다.

그럼에도 위기관리에 책임 있는 정부·여당은 헛발질만 한다. 감염원의 차단은 방역의 기본이다.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해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국민의 생명보다 대중외교를 중시한 결과이다. 베트남은 환자가 16명일 때 중국인 입국을 거부함으로써 확산을 막았다. 이스라엘은 예고 없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는데, 정부가 항의하자 “이스라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인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 대통령에게 돌아온 중국의 조치는 한국인에 대한 격리와 감금이었다. 정부가 항의하자 “자국민의 생명보호는 당연한 조치”라는 훈계만 돌아왔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무능한 정부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여당대변인은 TK 봉쇄를 말했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고 사퇴했다. 중국은 봉쇄하지 않고 그 피해자인 TK를 봉쇄하겠다는 정치꾼의 발상이 놀랍다. 외교부장관은 “중국인 입국금지는 실효성이 없다”고 했고, 복지부장관은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 온 한국인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인은 막지 않고 그 피해자인 우리 국민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들은 중국공산당 대변인이거나 중국의 장관들이 아닌지 귀를 의심케 한다.

정부·여당의 분별없는 언행은 고통 받는 국민의 상처를 더욱 헤집고 있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열린 청와대 ‘짜파구리’오찬에서 보여준 대통령 내외의 파안대소(破顔大笑)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국민을 잊은 것 같다. ‘울고 있는 국민과 웃고 있는 대통령’의 대조적 모습은 “이게 나라인가?”를 묻고 있다.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오판은 국민을 더 큰 고통 속에 빠뜨렸다. 대통령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온 동네를 헤매다가 빈 손으로 돌아서는 시민들의 눈물을 아는가? 1회용 마스크를 3일간 써도 괜찮다는 여당대표는 무식한 것인가 용감한 것인가? 국민에게 강요하기 전에 먼저 대통령과 장관들이 3일 사용을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무능한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교활한 정치꾼들은 국민을 분노케 한다. 방역전문가는 정치꾼이 아니라 의사와 학자이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로 달려 온 의사와 간호사들은 과로로 쓰러지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총선의 이해득실 계산에 바쁘다. 국민이 있어야 정치도 있는 것 아닌가? 권력밖에 모르는 정치꾼들은 악조건 속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들의 숭고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