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인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대구는 지하철도 버스도 텅텅 비어 있고 사람들이 붐비던 시장마저 철시한 상태다. 방역 당국이 급기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선포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만남부터 자제하자는 것이다.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드물고 상호 경계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를 일정 기간 집에 가두는 ‘방콕’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

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개인이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도 벌써 2주째 집안에만 박혀 있다. 내 삶 속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집에서만 머물렀던 경험은 전무하다. 어릴 때인 6·25 전쟁 중에도 동네 친구들과 마을 담 안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두 장기간 집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무기력하다고 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다. 좌절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모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의 삶이 목적보다는 수단적 삶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자성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만남이 제한된 이 기간, 우리는 자신과 공동체의 관계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혼자서는 살수 없는 공생이지만 우리는 공동체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간다. 기본적인 가족 공동체의 고마움마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 대구를 향한 마스크와 의료 장비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전라도 광주에서 병실을 제공하고 강원도의 119 구급차까지 도착하였다. 바이러스 공포 앞에 개인은 나약하지만 연대와 연민의 정은 증대되어 다행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모두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편 우리 인간은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의 근원은 아직 명확하게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쥐라는 동물을 매개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고만 알려지고 있다. 생태론자들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횡포가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것을 일찍부터 경고하였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이 미세먼지라는 괴물로 현재도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스, 메르스, 신종 플루가 지구촌을 괴롭혀 왔다. 차제에 우리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의 방도를 찾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신앙인들도 자신과 절대자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의 진원지로 알려진 ‘신천지’에 대한 비난은 격해지고 있다.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의 잘못된 구원관이 비극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가톨릭 피정과정을 통해 신앙의 진리를 묵상해본 적이 있다. 이번 기회를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이 인간과 절대자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신천지’의 부상에는 잘못된 기성 교회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신천지의 요상한 구원관에 빠진 것도 결국 우리들의 잘못된 신앙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