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자’
루쉰 지음·문학동네 펴냄
소설집· 1만3천원

중국의 20세기 문학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인 루쉰(魯迅·1881~1936).

루쉰은 ‘아큐정전’, ‘광인일기’등 중국 고대사회를 신랄하게 묘사한 소설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게 됐다.‘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옌롄커를 비롯한 현시대 중국 최고 작가들도 그를 정신적 스승으로 꼽는다.

‘고독자’(문학동네)는 루쉰의 두 번째 소설집 ‘방황’에서 표제작 ‘고독자’를 비롯한 주요 단편 7편을 엄선해 엮었다.

루쉰은 이 작품들을 1924년부터 1926년 사이에 썼다. 원래 수록된 소설집 이름 ‘방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루쉰이 매우 힘들었던 시기에 쓴 작품들이다. 제국주의 침략과 폭압적인 정치권력 등으로 인한 중국의 혼란은 희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중국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루쉰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루쉰 개인사적으로 여러 시련이 닥쳤다. 문학적 동지이자 자신이 부모처럼 돌봤던 동생과 불화가 생겨서 급기야 결별하고 따로 분가해 나오기도 했다. 첫 부인과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그런 가운데 싹튼 새로운 사랑으로 인한 갈등 등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좌절과 고민이 이어지던 시기를 그대로 투영한 두번째 소설집‘방황’의 키워드는 ‘절망’이다. ‘방황’은 그의 첫번째 소설집 ‘외침’이 나온 지 3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외침’에서 루쉰은 공화제 혁명을 추진하던 1910년 전후 중국의 모습을, 즉, 비극적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상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았었다. 그랬던 그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희망에서 절망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어떻게, 왜 바뀌어갔는지 그 면면을 ‘고독자’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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