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오늘로 벌써 확진자가 5천명을 넘어섰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니 조만간 1만명은 채울 것 같다.

마스크가 딸려‘금스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판이요, 정부가 마스크 때문에 사과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부가 노력은 안 하는 게 아닌데 정부든 야당이든 너무 세게 ‘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안 드는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국민의 당’ 안철수 대표는 의사 가운을 입고 대구로 내려가 자원 봉사 활동을 벌였다. 언론에서도 모처럼 호의적인 반응들을 보이고 네티즌들은 난리들이 났단다. 보기 좋아 보였던 것이리라.

사실‘만주 정치 평론가’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안철수 대표의 오랜 부진은 지난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시원치 못한 솜씨를 선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두 개의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안철수‘기우제’를 지내는 세력들의 온갖 ‘술수’와 활약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해서 특히 ‘진보파’ 내 비판 세력들은 안철수의 근본은 보수파요, 그러니 보수대연합의 중요축이 될 것이라 메가폰을 들고 선전들을 했다. 지금은 중도처럼 보이고 진보파와 동거하고 있지만 오래지 않아 본색을 드러내고 우파에, 그러니까 독재세력의 후예들 쪽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그런 입들이 어지간히 많아서 안철수는 미래통합당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들 했다. 반드시 잡을 것이고 아직 안 잡고 있어도 반드시 곧, 잡으리라는 것이다. 잡아라, 잡아라, 하고들 기우제를 지내는데, 그것은 잡을 때까지 지내다보면 잡을 때가 올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안철수 스스로 호남의 정치기반을 허물어뜨렸다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선거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의 당’은 호남권 구민주세력과 안철수 연합으로 총선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구민주 세력이란 사분오열되어 있으나 박지원 의원에 의해 대표되는 면이 있고, 민주당에서 빠져나온 안철수로서는 이 세력을 버리고는 호남의 손을 놓아 버렸다는 비난을 덮어쓰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이들과 결별하고 손잡은 세력이 겨우 유승민 등 새누리발 탄핵세력이었다니, 그들은 다시 본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는가.

이제 호남 구민주 세력과 결별하고 미래통합당과도 선을 그는 안철수는 ‘외따로’ 존재함으로써 자신이 순수한 중도파임을 일단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가 위기의 대구를 찾아가 자신의 의사 면허를 ‘밑천 삼아’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과연 그가 쓰러질 때까지 기우제를 지낼 세력들의 마타도어를 이겨내고‘중도’라는 새 길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덕분에 바보 안철수가 모처럼 쬐그마한 기회를 얻은 것처럼 보여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을 쉬어 본다. 세월의 병이 깊으면 의사가 절실한 법이니까 말이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