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천문학적으로 춘분(春分)과 하지(夏至) 사이다. 사계절 중 봄이 유난히 밝고 긍정적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겨울이라는 긴 동면의 시간을 지낸 뒤 태어난 때문이다.

그래서 봄은 새로움과 시작을 의미한다.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로도 적합하다. ‘젊다’라는 청춘의 춘은 봄을 뜻한다.‘봄날이 왔다’는 “고생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 된다”는 뜻이다.‘프라하의 봄’이나 ‘서울의 봄’처럼 민주화 운동을 희망을 담은 봄과 비유한 것은 봄의 착한 이미지를 잘 활용한 표현법이다. 봄은 힘찬 희망의 출발을 뜻하는 단어로 충분하다.

우리고장의 민족 시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통해 해방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갈망했다. 어떠한 인위적 강탈도 자연 순환적 질서를 깨뜨릴 수 없음을 노래하고, 민족 저항의식을 표출한 작품이다.

흔히 이 시기가 오면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쓴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면서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릴 때면 춘래불사춘만큼 쓰기 좋은 표현도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공포가 우리주변의 일상을 위협하며 좀처럼 숙지질 않는다. 국민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로지 코로나19 사태 수습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춘래불사춘이란 시 한 구절이 어쩌면 지금의 우리 처지와 비슷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괜히 우울해진다.

예전 같으면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들의 화사한 몸짓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려야 할 시기에 지금은 봄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다.

우리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에도 봄은 어느새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라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 그 봄이 희망의 봄이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