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마스크·재사용 한시 허용”
WHO 권고 배치·전문가 우려 속
“수요 줄이기 위한 꼼수” 논란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마스크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마스크 사용에 대한 입장을 바꾸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마련해 공개한 마스크 사용 개정 지침에서 면 마스크 사용과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면 마스크 및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정면 배치되는 지침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보건용으로 면 마스크를 사용하거나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도 배치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재사용 마스크의 부작용 △면마스크의 효과 부족 △KF94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 권장 등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비상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지침이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시민 김모(52)씨는 “WHO도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했고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에서 갑자기 사용했던 마스크를 다시 쓰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4일 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를 실험해보니, 앞서 실시한 보건환경연구원의 실험과 유사한 수준에서 비말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정전기 필터를 장착하면 면 마스크도 효과가 있다”며 “더 구체적이고 최종 실험내용은 나오는 대로 정리해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면 마스크에 장착하거나 교체하는 정전기 필터에 대해서는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허용기준보다는 조금 더 완화된 기준으로 식약처의 검사나 인증을 통과한 제품만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이를 통해 정전기 필터 장착 면 마스크가 KF80, KF94, KF99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에 준하는 차단 효과를 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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