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숙

한 꼬마가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면서

땡볕 속을 걸어온다

두 뺨이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팔과 종아리가 햇볕을 쭉쭉 빨아먹는다

송사리 떼처럼 햇볕을 쪼아 먹으려 솟구치는 피톨들

살갗이 탱탱하다

전엔 나도 햇볕을

쭉쭉 빨아먹었지

단내로 터질 듯한 햇볕을

지금은 해가 나를 빨아먹네

아이스케키를 쭉쭉 빨아먹던 꼬마는 꿈 많고 건강한 아이로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그 아이도 나이가 들어 ‘해가 나를 빨아먹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간명한 묘사 속에서 시인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주름을 펴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