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농협·대형마트 등 긴 줄
정부 공적판매에도 구입 힘들어
“더 적극적인 공급망 마련해야”

영덕 영해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오랜시간 줄을 서고 있는 주민들.

정부가 신종코로나19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우체국, 약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마스크를 판매하지만, 3일 경북지역민들의 마스크 구입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마스크 공적판매처들은 판매처별로 수량이 확보되면 판매시간을 입구에 붙여놓았다.

일부 주민들은 판매처에 전화문의를 통해 시간을 확인하거나, 직접 판매처를 사전에 방문해 시간을 확인하기도 했다.

심지어 시간을 공지하지 않아도 6시간 전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판매처를 찾아 줄서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만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을 뿐 대부분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칠곡군 석적읍에 사는 김학임(69·여)씨는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 대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나왔다. 판매시간 5시간 전부터 줄을 섰다. 오전 11시가 되자 마스크를 판매했고, 15분 만에 매진됐다”며 “몇일째 마스크 구입에 실패해 같은 마스크를 몇일째 쓰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상주농협 하나로마트의 경우 낱개 3개들이 1봉지를 구입하기 위해 200~300m씩 줄을 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 같은 사정은 면 단위 농촌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약국들은 오후 3시 30분부터 4시까지 낱개 1개짜리 2개씩 200매 정도를 한정 판매했는데 10분만에 모두 소진됐다.

장시간 줄을 서느라 예민해진 탓에 일부 우체국에서는 주민들이 새치기하다가 말다툼을 하거나 우체국 직원들에게 판매 방식을 항의하는 일이 잦았다.

주민들은 “판매처 확보 물량과 줄을 서 대기하는 구입자 수를 비교해 구입 불가능한 수요자는 되돌려 보내는 등 대기하는 불편이라도 덜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노약자 등은 행정기관에서 관급계약을 체결해 일괄 배부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주시에서도 마스크 구입 대란이 이어졌다.

지역 우체국과 대형마트, 농협 등에서 판매중인 마스크 구입을 위해 판매 시간 전부터 수 백 명이 긴 줄을 섰다.

그러나 한정된 판매량으로 수요에 따른 공급이 절대 부족해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려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최모(여·60)씨는 “3일째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섰지만 아직 한 장도 사지 못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공급을 최대화 한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달라진 게 없다”며 “코로나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경북 주민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천군 호명우체국 앞에는 오전 8시부터 200여명의 주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영하의 추위 속에서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호명우체국에 배당된 마스크는 총 425매(85세트 1인당 5매)였다.

우체국 주변엔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그나마 마스크를 구입한 주민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2시간여 동안 기다리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주민의 표정은 허탈해 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주민 이모(동송리)씨는 “신도청 소재지 호명면은 인구 2만 여명을 기록하고 있으나 인구 2천~4천여 명의 타 면과 동일하게 마스크를 배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경산시에도 하양우체국 등 8곳의 읍면 우체국과 진량농협 하나로마트 등 6곳의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판매했지만, 주민들의 헛걸음은 계속됐다.

김민자(여, 58)씨는 “정부가 마스크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기관을 통해 공급하는 마스크 물량이 지역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며 “경산의 경우 자고 나면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데 다른 지역과 같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덕군 농·어촌 주민들도 줄 세우기에 내몰린 채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병곡면 병곡 1리 주민들은 “끼니도 놓쳐가며 2시간을 기다렸지만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일부 몇몇은 고성에 싸움까지 할 기세였다”고 당시의 험악한 분위기를 전했다.

주민들은 “영덕군이 정부의 마스크 공적 공급 방침에만 의존하지 말고 군민들이 편리하게 골고루 전달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지역 직장인들은 “근무시간과 마스크 판매시간이 겹쳐 마스크 구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마스크 판매처를 읍면동으로 바꿔 한 사람이 한 개씩이라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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